“어린이집 교사인 엄마가… 생후 27개월 뇌출혈 딸 방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 경찰이 밝힌 대구 지향이 의문사 전모… 머리 다쳤는데 우유-빵만 주고 출근
의사는 변사 의심하고도 사망진단서, 검안의도 허위 검안서… 조사없이 화장

올해 4월 ‘생후 27개월 여아의 의문사’란 제목으로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했던 ‘지향이 사건’의 당사자인 정지향 양의 어머니가 딸을 방치해 숨지게 했다는 혐의로 구속됐다.

대구 달서경찰서는 17일 자신의 딸을 학대하고 뇌출혈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유기치사 및 아동복지법 위반)로 이모 씨(25·여·어린이집 보육교사)를 구속하고 동거남 김모 씨(23)를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또 경찰은 허위 검안서를 작성한 의사 양모 씨(65)와 이 검안서를 제출해 화장을 도운 혐의로 장의차량 운전사 김모 씨(47)를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각각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정 양이 질병으로 숨지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관할 경찰서에 신고하지 않은 경북대병원 의사 박모 씨(32)와 경북대병원 의료법인도 의료법 위반으로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정 양이 3월 16일 집 세면장에서 넘어져 머리를 다쳤지만 동거남과 외출을 해 심야영화를 보고 술을 마신 뒤 새벽에 귀가하는 등 방치했다. 이후 정 양은 음식을 잘 먹지 못하고 구토하는 등 뇌진탕 증세를 보이다가 이틀 뒤 의식을 잃었다. 이 씨는 정 양을 경북대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받도록 했으나 뇌출혈이 심해 20일 숨졌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씨는 지난해 4월 동거남과 살기 시작한 뒤 정 양을 제대로 돌보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기저귀도 제대로 갈아주지 않았고 자신의 직장이 어린이집이면서도 귀찮다는 이유로 정 양을 온종일 방 안에 가둬 놓고 키웠다. 정 양이 숨졌을 때 위 속에 음식물이 전혀 없었던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경북대병원 의사 박 씨는 “목욕탕에서 넘어져 다쳤다”는 이 씨의 말을 듣고도 관할 경찰서에 신고하지 않고 사망진단서를 발급했다. 검안의 양 씨는 박 씨가 발급한 사망진단서만 보고 검안도 하지 않은 채 사망 원인을 뇌출혈, 사망 종류를 병사(病死)로 쓴 허위 시신검안서를 발급해줬다. 이 때문에 정 양의 시신은 부검 등 조사 없이 화장됐다. 이 사건은 정 양을 키운 적이 있는 고모 등 친척들이 인터넷 등에 의혹을 제기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채널A 영상]댁의 아이는 안전합니까 (임재민, 정영진)
[채널A 영상]아빠 보고싶다며 보채자 저수지에…비정한 엄마
[채널A 영상]영아 버리고 팔고…아기 파는 엄마들, 대체 왜?



#대구#지향이사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