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부산 이기대의 ‘두 기생 추정 무덤’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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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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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장과 함께 바다 투신” 기록속 인물들
학자 2명, 최근 이기대공원 근처서 발견
남구청 “고증 거쳐 관광상품 추진할 것”

공기화 부산교대 명예교수가 두 기생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묘를 가리키고 있다. 부산 남구청 제공
공기화 부산교대 명예교수가 두 기생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묘를 가리키고 있다. 부산 남구청 제공
부산의 상징인 남구 용호동 오륙도 순환도로를 따라가면 ‘이기대(二妓臺)’가 나온다. 바다를 끼고 있는 이기대는 절경으로 꼽힌다. 1850년 좌수사 이형하(李亨夏)가 편찬한 ‘동래영지(東萊營誌)’에는 ‘좌수영 남쪽으로 15리(6km)에 두 명의 기생(二妓) 무덤이 있어 이기대라고 부른다’고 기록돼 있다. 임진왜란 때 왜군이 인근 수영성을 함락시킨 다음 축하연을 열고 있을 때 의로운 기녀 2명이 왜장을 술에 취하게 한 뒤 끌어안고 바다로 투신해 함께 숨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기대가 아니라 ‘의기대(義妓臺)’라는 주장도 있다.

이와 관련해 두 기생의 것으로 추정되는 무덤이 발견돼 지역 문화계와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기록은 있었지만 실체가 없어 공공기관이나 민간단체에서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부산 남구청은 “부산교대 공기화 명예교수(66)와 향토학자 왕정문 씨(67)가 ‘2011년 9월 이기대공원관리사무소에서 공룡바위 방향에 2기의 무덤을 찾았다’며 구청에 알려왔다”고 29일 밝혔다. 구청은 “이후 연고자를 찾기 위해 1년 6개월이 넘도록 묘 근처에 공고를 했으나 연고자가 나타나지 않아 동래영지에 기록된 기생 무덤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무덤은 바다에서 북서 방향으로, 이기대 공룡바위에서 정남향으로 약 100m 떨어진 곳에 있다. 발견 당시 무덤은 수십 년째 방치돼 잡목으로 뒤덮여 접근이 쉽지 않았고 축대도 훼손된 상태였다.

무덤을 처음 발견한 공 교수와 왕 씨는 동래영지 산천조에 있는 ‘이기대는 좌수영에서 남쪽으로 15리 되는 곳에 두 기생의 큰 무덤이 있어 그리 불린다(二妓臺 左營南十五里上有二妓塚云)’는 기록으로 미뤄 이곳이 두 기생의 무덤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남구문화원 향토사연구위원이자 용호동 토박이인 왕 씨는 “어린 시절 조부(왕기세)께서 ‘80년 전만 해도 동구 초량, 서구 충무동의 기생들이 이 무덤에 찾아와서 두 기생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가야금을 연주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기생들 사이에서 이기대 두 기생의 의로운 애국충절이 전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공 교수는 “무덤의 크기는 일반 묘에 비해 2, 3배 커 일반인의 묘라기보다는 총(塚)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두 기생의 의로운 죽음을 기렸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남구청은 역사적 사실을 뒷받침할 수 있는 학술조사를 거친 뒤 본격적인 문화관광자원화 사업을 할 방침이다. 일단 묘 관리를 한 뒤 축대 조성과 표지판 등 시설물을 설치할 계획이다. 두 기생의 의로운 죽음을 주제로 문화상품을 만들고 연극공연, 뮤지컬 등 예술작품도 구상하고 있다. 이종철 구청장은 “이기대는 경남 진주의 논개와 관련된 의기를 연상하게 하지만 2명이라는 점에서 다르다”며 “고증작업을 거쳐 부산과 남구를 대표하는 관광상품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이기대#기생#동래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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