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범 엽총 vs 경찰 권총… 천안 도심 총격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25일 03시 00분


엽총 훔쳐 갖고다니던 40대… 20대女 車로 납치 성폭행
경찰 잠복근무 끝 범인 검거

‘탕, 탕, 탕.’

24일 오전 10시경 충남 천안시 신부동 하나아파트 인근 새마을금고 삼거리. 난데없는 총성이 휴일 도심을 순식간에 전쟁터로 만들었다. 순찰차 등 경찰 차량 6대가 흰색 렉스턴 차량을 에워쌌다. 이 남자는 20대 여성을 납치해 경찰의 수배를 받아온 조모 씨(47·무직)였다.

순찰차에 갇힌 조 씨가 먼저 운전석 창문을 약간 내린 뒤 소지하고 있던 엽총 1발을 발사했다. 진한 윈도틴팅(선팅) 때문에 차량 속 범인이 잘 보이지 않자 경관 1명이 몰래 다가가 벽돌과 몽둥이 등으로 조 씨 차량의 앞쪽 뒤쪽 창문을 깨뜨렸다. 경관은 이어 차 지붕 위로 올라가 발을 굴렀다.

그러자 조 씨는 차 지붕을 향해 1발을 쏘고 다시 운전석 창문으로 경찰을 향해 3발 안팎을 발사했다. 조 씨가 쏜 총탄은 순찰차에 박혔다. 경찰은 권총 실탄 9발과 공포탄 3발로 응사했다.

이어 조 씨가 운전석 뒷자리로 옮겨 왼쪽 창문 쪽으로 경찰의 동태를 살피는 사이 천안서북경찰서 양모 형사가 조수석 뒷문을 열고 테이저건(전기총)을 두 차례 발사했다. 순간 조 씨가 뒤돌아서면서 엽총을 쏘는 바람에 양 형사가 하마터면 총상을 당할 뻔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 씨가 테이저건에 맞아 충격을 받은 상태여서 제대로 조준하지 못했고 양 형사도 재빨리 차량 밑으로 몸을 피해 극단적인 상황은 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기총을 맞은 조 씨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형사들이 차량을 덮쳐 조 씨를 제압한 뒤 수갑을 채웠다. 총격전이 벌어진 지 10분 만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조 씨는 18일 0시 26분경 천안시 성정동에서 만난 여성 최모 씨(23)를 “회 먹으러 태안에 놀러가자”고 유인해 납치한 뒤 자신의 차에 태우고 다니면서 성폭행을 일삼았다. 조 씨는 납치 과정에서 최 씨 가족의 신상과 주소를 파악한 뒤 최 씨에게 “경찰에 신고하면 가족을 모두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최 씨 가족은 최 씨가 집에 들어오지 않아 실종신고를 한 상태였다.

최 씨는 21일 오후 10시 50분경 충남 아산시 가덕펌프장 부근에서 조 씨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도주했다. 경찰은 최 씨의 신고를 받고 조 씨 추적에 나섰다.

조 씨는 도망간 최 씨를 찾기 위해 최 씨 부모가 시내에서 운영하는 A 분식집에 24일 오전 9시 50분경 렉스턴 차량을 타고 나타났다. 잠복 중이던 경찰이 이 차량이 수배 차량인 것을 확인하고 제지하려고 하자 조 씨가 달아나기 시작했다. 경찰이 순찰차로 렉스턴 차량의 옆구리를 들이받았으나 조 씨의 도주는 계속됐다. 경찰은 조 씨를 10km가량 추적했고 권총으로 타이어를 쏴 도주를 어렵게 만들었다. 이어 대치 상황에서 총격전이 벌어진 것이다.

조 씨는 지난해 수렵허가 지역이었던 충남 홍성에서 엽사 차량에 있던 엽총을 훔쳐 탄알을 장전한 채로 가지고 다닌 것으로 밝혀졌다. 엽총은 분실신고 된 것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조 씨의 차량에서 160발가량의 엽총 탄알이 추가로 발견됐다”며 “다른 범행을 저질렀거나 계획했는지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조 씨는 성폭행 전과자다.

천안=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납치범#엽총#천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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