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에 돌아오는 국보1호 숭례문… 어떻게 달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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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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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청-성곽-현판 조선원형 살렸다

‘국보 제1호’ 숭례문이 드디어 돌아왔다.

10일로 화재를 겪은 지 5년이 된 서울 중구 남대문로의 숭례문이 14일 언론에 공개됐다. 현재 숭례문 자체는 완공된 상태. 다만 방재 시설을 관리할 관리동과 잔디 공사가 남아 일반 공개는 4월쯤 이뤄진다. 화재 수습 뒤 2010년 1월부터 본격적인 복구가 시작된 숭례문은 서울시 지방비를 포함해 255억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됐다. 2008년 화재로 무너지기 전과 무엇이 달라졌을까.

○ 전통 기법에 충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변화는 숭례문에 ‘날개’가 생긴 것이다. 성곽을 동편 53m, 서편 16m가량 복원했다. 숭례문이 덩그러니 홀로 선 건축물이 아니라 서울을 드나들던 대문이라는 원 취지를 반영했다. 숭례문에 오르는 동쪽 계단의 폭도 2.9m에서 5m로 늘렸다. 발굴조사에서 발견된 옛 흔적을 따랐다.

하지만 양쪽 성곽의 길이가 달라 한쪽으로 기운 듯한 어색함이 있다. 서쪽 성곽도 비슷한 길이로 늘리자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도로는 차가 다닐 수 있게 다리나 터널 형태로 만들자는 의견도 있다.

1층 마루도 ‘조선고적도보’ 등 고증에 따라 바꿨다. 1960년대 해체 공사 당시 정사각형에 가까운 우물마루 형태로 설치했으나 긴 판재를 까는 장마루로 변경했다. 조선시대 군사시설은 원래 모두 장마루를 깔았다는 게 문화재청의 설명이다.

한때 인터넷에서 일본만화 ‘드래곤볼’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화제가 됐던 성문 천장의 ‘쌍룡도’도 해체 공사 전 사진을 기준으로 했다. 실제로 보니 엄숙함보다는 해학성이 짙었다. 문화재청 숭례문복구단의 박왕희 부단장은 “단청(丹靑)도 당시 기준에 맞춰 복원했기에 균형을 맞추려는 의도”라며 “용에는 임금의 어진 정치를 상징하는 뜻도 깃들었다”고 말했다.

쌍룡도와 맞췄다는 단청은 이번 복원에서 가장 의미 있는 성과 가운데 하나다. 이전 단청은 화학 안료(페인트)를 사용하고 무늬도 변형된 것이었다. 이번엔 조선 전기의 무늬를 넣고 돌가루로 만드는 전통 안료를 썼다. 국내에선 전통 안료 기법이 사라져 안료와 접착제로 쓰이는 아교를 대부분 일본에서 수입했다. 기와 역시 기계로 찍어 낸 공장제 기와에서 기와 틀로 직접 구운 전통 기와로 교체했다.

○ 용마루와 잡상도 변화

자세히 보지 않으면 눈치 채기 힘든 변화도 있다. 일단 숭례문 지반 자체가 화재 전보다 30∼50cm 낮아졌다. 발굴조사에 따라 조선 후기 지반 높이에 맞춘 것이다.

지붕의 용마루도 바뀌었다. 이전 15.7m 길이를 16.6m로 늘렸다. 용마루와 이어지는 우진각지붕의 추녀마루도 다소 각이 서고 짧아졌다. 1층 추녀마루의 잡상(雜像)은 8개에서 7개로 줄었다. 모두 옛 사진자료와 도면을 참조했다. 2층 잡상은 9개 그대로 뒀다.

이날은 천으로 덮어 뒀지만, 현판에도 변화가 있다. 복원 과정에서 기존 숭례문 현판이 6·25전쟁 때 부서진 뒤 이후 수리 과정에서 잘못 보수된 사실이 밝혀졌다. ‘崇(숭)’자 ‘禮(례)’ 자의 획이 다소 변형된 것을 바로잡았다. 이번 복원에선 양녕대군이 쓴 원형을 살리기 위해 양녕대군 사당인 서울 상도동 지덕사에 소장된 탁본 자료를 바탕으로 했다.

화재로 불탔기에 방재 시설은 문화재청이 신경을 가장 많이 쓴 부분이다. 스프링클러와 폐쇄회로(CC)TV, 화재감지기를 설치하고 이를 조정하는 관리동에만 17억 원 이상을 투입했다.

화재로 인해 모든 것을 교체한 것은 아니다. 기존 석축 가운데 쓸 만한 것은 대부분 다시 썼다. 새로 쓴 석재와 명암 차가 많지만 전쟁 때 생긴 탄환자국 역시 역사의 흔적이기 때문이다. 2층 누각도 화재로 탔던 목재 가운데 90% 이상을 그대로 썼다. 불에 그슬린 흔적이 뚜렷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야 할 우리 역사다.

김찬 문화재청장은 “화재로 잃어버렸던 국보 1호를 최대한 전통 기법을 사용해 조선 말 원형에 가까운 모습으로 복원하려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강수지 인턴기자 서울대 의류학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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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국보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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