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대부분 상속물 아니다” 법원, 이건희회장 손 들어줘

  • 동아일보

■ 李회장 상속소송 승리

희비 교차 이건희 회장 측 소송대리인 윤재윤 변호사(오른쪽)와 이맹희 전 회장 측 차동언 변호사가 선고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희비 교차 이건희 회장 측 소송대리인 윤재윤 변호사(오른쪽)와 이맹희 전 회장 측 차동언 변호사가 선고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상속 재산을 두고 1년 가까이 진행된 삼성가 형제들의 1심 소송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다. 법원은 팽팽하게 엇갈렸던 양측의 주장 중 이 회장의 의견을 모두 받아들였다.

법원은 다툼의 대상이 된 주식 대부분이 상속 재산이 아니라고 봤다. 장남인 이맹희 전 회장 측은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재산이) 상속되기 시작한 1987년 당시의 차명주식과 2008년 삼성 특검으로 이건희 회장과 삼성에버랜드 명의로 변경된 주식이 사실상 같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이건희 회장 측은 “1987년 차명주식이라는 것은 이미 다른 사람 이름으로 거래돼 이 회장이 보유한 현 주식과는 상관이 없다”라고 맞섰다. 재판부는 “대부분은 같은 재산이 아니다”라고 봤다. 다만 이건희 회장이 가진 삼성생명 주식 50만 주와 삼성에버랜드가 보유한 삼성생명 주식 60만 주는 상속 재산이 맞다고 봤다.

상속 재산으로 인정되는 부분에 대해서도 돌려받을 수 있는 기간이 지났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이맹희 전 회장 측은 “상속권을 침해받은 시점은 이건희 회장이 차명주식을 실명 전환한 2008년 12월이기 때문에 소멸시효인 10년이 지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이건희 회장 측은 “1987년 11월 선대 회장이 작고한 시점을 상속권을 침해받았다는 시점으로 봐야 한다”라는 견해였다. 재판부는 상속권이 침해됐다고 일부 인정하면서도 법률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났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상속권 침해 시점은 이건희 회장이 상속 재산인 차명주식으로 이익배당금을 받았던 1989년 12월”이라며 “그러나 제척기간이 지났기 때문에 상속권이 침해당했다 하더라도 법률적으로 이를 돌려받을 수 없다”라고 판결했다. 제척기간이란 소멸시효와 비슷한 개념으로, 이 기간에 법적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권리가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소송은 선고 결과에 따라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재계의 관심이 컸다. 이맹희 전 회장 측의 주장이 일부라도 받아들여졌다면 삼성생명의 최대 주주였던 이건희 회장의 지분이 줄어 최대 주주가 삼성에버랜드로 바뀔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금융회사인 삼성생명의 주식을 가장 많이 보유한 삼성에버랜드는 금융지주회사가 된다. 문제는 금융지주회사법이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는 금융회사를 제외한 다른 회사를 지배해서는 안 된다’라고 정하고 있어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팔아야 한다는 것. 이런 변화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로 이어지는 출자 구조를 깰 수 있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 큰 변화가 올 수 있었다.

패소한 이맹희 전 회장 측은 1심 판결 선고 직후 “의뢰인과 협의해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인지대(수수료)가 127억 원대에 이르고, 모든 소송 비용을 원고들이 부담해야 해 신중하게 판단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항소심 인지대는 180여억 원으로 1, 2심을 합하면 모두 310여억 원을 부담해야 한다.

승소한 이건희 회장 측은 “사실관계로든 법리적으로든 매우 합당한 결론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삼성그룹은 “회장 개인의 일”이라면서도 안도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룹 고위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이 회장이 경영에 전념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조만간 올해 투자 및 채용 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다. 지난달 11일 하와이로 출국한 이 회장은 설 연휴 전에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CJ그룹 관계자는 “이맹희 전 회장은 현재 CJ그룹과 무관하다. 조직과 상관없는 일”이라며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강경석·김용석 기자 coolup@donga.com
#삼성#상속#이건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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