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아~ 거울아~ 40대女 ‘줌마 성형’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허리가 어디로 갔을까요?” 남편의 빈정거림이 또 시작됐다. “당신 딸 셋을 키우느라 이렇게 됐다”고 핏대를 세웠다. 남편이 “밥이나 좀 그만 먹어”라며 돌아섰다. 젊은 시절과 달라진 자신의 몸매를 바라봐야 하는 속상함도 모르고…. 남편은 “이젠 딸내미 보는 재미로 살아야지”라며 가슴에 다시 못을 박았다.

유일한 위안이었던 셋째 딸은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 말수가 줄었다. 그 많던 애교는 온데간데없고 대화를 청해도 자기 방으로 직행하기 일쑤. 2011년, 주부 이모 씨(44)의 알 수 없는 상실감과 우울증은 그렇게 시작됐다.

탈출구를 찾아 헤맸다. 셋째 딸의 학부모 모임에서 귀가 확 뜨이는 이야기를 들었다. 모임에 나온 7명 중 4명이 자녀 취학 후 성형수술을 받고 제2의 삶을 찾았단다. 성형은 부유층이나 하는 사치라고만 생각했었는데…. 비용도 비싸고 무서워 망설였던 성형. ‘해볼까?’ 이 씨의 마음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 40대 여성의 탈출구 ‘줌마 성형’

결국 이 씨는 쌈짓돈을 털었다. 세계여행을 꿈꾸며 매달 30만 원씩 2년간 모았던 돈. 지난해 3월부터 눈과 코에 이어 엉덩이에서 빼낸 지방을 얼굴에 넣어 통통하게 보이도록 하는 ‘자가 지방 이식’ 수술까지 받았다. 물론 돈 걱정이 없었던 건 아니다. 그래도 만족감은 상상했던 이상이었다.

“수술 후 동창 모임에 나갔는데 ‘강남 미시 같다’는 말을 듣고 눈물이 났어요. 우울증이 사라졌고, 남편과의 관계도 좋아졌죠.”

이 씨처럼 40대 이후에 성형 대열에 뛰어드는 이른바 40대 ‘줌마 성형’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20, 30대의 전유물로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40대 여성의 성형 증가율이 가장 가파르다.

미용 목적의 성형수술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공식 통계가 없는 이유. 본보는 성형 분야에서 비교적 고객이 많은 BK성형외과 자료를 분석했다. 이곳에서 지난해 성형수술을 받은 40대 여성 고객은 1903명. 2009년(1320명)에 비해 약 44% 증가했다. 반면 20대 고객은 같은 기간 7415명(전체의 50%)에서 7292명(43.3%)으로, 인원과 비율 모두 줄었다.

줌마 성형은 자녀가 초등학생일 때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육아 부담에서 어느 정도 해방되면서 여유가 생겼고 사교육비가 급증하는 중학교 진학 이후에는 경제적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9세 아들을 둔 진모 씨(45)는 “엄마가 못생기면 아이들이 놀림을 받는다는 말을 듣고 성형을 결심했다. 50대가 되면 고치고 싶어도 늦다는 생각이 40대 여성에게 많다”고 말했다.

○ ‘성형=부유층 전유물’ 공식 깨져

성형 열풍은 1990년대 본격적으로 일기 시작했다. 그때만 해도 워낙 고가여서 부유층이 아니고서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게다가 안전성에 대한 걱정도 높았다. 최근 40대 여성 성형이 늘어나는 것은 이와 관계있다는 분석이다.

BK성형외과 김병건 대표원장은 “40대 여성은 20대 당시 고비용과 안전에 대한 불안 때문에 성형을 망설였던 세대다. 20년이 지난 지금, 그들의 마음이 움직이면서 성형의 대중화가 나타난 셈이다”라고 설명했다. 성형이 부유층의 전유물이란 인식이 깨졌다는 말.

이에 따라 성형업계도 40대 여성을 잡기 위한 마케팅을 강화하는 추세다. 젊은 여성 모델을 고집하다 최근 40대 모델로 바꾸는 성형외과가 늘고 있다.

‘주력 상품’을 홍보할 때도 40대를 겨냥한 동안수술, 주름제거수술, 페이스리프트(피부 안쪽에 실을 넣어 피부를 당기는 시술)를 전면에 내세운다. 의료법상 할인은 불법. 그렇지만 40대 여성을 상대로 암암리에 할인행사를 벌이는 성형외과가 더러 있다.

우려도 없지 않다. 전문가들은 경제력을 어느 정도 갖춘 ‘줌마 성형족’이 20, 30대보다 성형 중독에 빠질 위험이 더 크다고 말한다. 김형준 김형준성형외과 원장은 “40대 여성의 성형 후 만족감은 젊은층에 비해 더 큰 편이다. 그 때문에 다시 성형을 시도하는 빈도도 더 높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40대 여성이 외모의 변화를 통해 자기 존재감을 되찾는 것은 긍정적이다. 다만 자아실현을 전적으로 성형에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채널A 영상] 비뇨기과-성형외과 북적…카네이션 대신 ‘젊음’ 선물

[채널A 영상] 변신술? 화장술? 이게 바로 ‘화장으로 성형하기’


#성형외과#아줌마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