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카고의 한 자택에서 20대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3년 8개월 동안 수감됐던 한인 고모 씨(60)가 무죄 평결을 받고 풀려났다. 재판부는 고 씨의 영어가 서툴러 수사과정에서 영어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을 가능성과 영어 통역의 문제점을 인정했다.
일리노이 주 쿡카운티 법원 배심원단 12명은 17일(현지 시간) 2009년 4월 16일 새벽 시카고 교외 노스브룩의 자택 거실에서 자신의 아들(당시 22세)을 수차례 칼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아온 고 씨에 대해 무죄 판정을 내렸다.
시카고 지역 일간지인 시카고트리뷴 인터넷판은 변호인단 측이 제기한 고 씨와 고 씨의 통역을 맡았던 한인 경찰관의 ‘언어능력’의 문제점을 배심원단이 받아들일 것이냐가 이번 재판의 최대 관건이었다고 전했다. 변호인단은 고 씨의 영어가 서툴러 경찰의 질문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수사과정을 담은 비디오테이프도 증거물로 제출해 당시 통역을 맡았던 한인 경찰관 김모 씨의 한국어 수준이 높지 않아 고 씨와 수사 당국 사이에 충분한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문을 제기했다. 경찰관 김 씨는 증인으로 참석해 자신의 한국어 실력이 좋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한국과 미국의 문화적 배경이 달라 빚어진 언어 표현상의 오해도 고 씨에게 억울한 옥살이를 하게 한 원인이 되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사건 발생 후 경찰 수사과정에서 고 씨는 아들을 제대로 키우지 못한 자책감을 드러냈는데 경찰은 이를 범행을 인정하는 답변과 발언으로 받아들였다.
변호인단은 고 씨의 아들이 환청에 옷을 벗고 집 밖을 돌아다니는 이상행동을 하는 등 정신질환을 앓아오다 자해로 목숨을 끊었지만 경찰은 이를 신고한 고 씨 부부에게 자백을 강요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고 씨 아들이 여러 차례 학업을 중단하고 나쁜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마약을 하는 등 아버지에게 큰 실망을 안긴 사실을 지적했다. 이어 고 씨가 마약을 사러 나갔다가 새벽녘에 귀가하는 아들을 보고 끔찍한 살인을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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