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교사채용정보 사이트… 채용 미끼 회원에 5억 뜯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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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0명에 55만~9000만원 받아… 고액낸 회원 3명만 취업 알선
운영자-돈 받은 교사 구속

서울의 한 대학 영어교육과를 졸업한 민모 씨(34)는 4차례 연속 임용시험에 떨어졌다. 답답한 마음에 지난해 10월 한 교육청 홈페이지 구인구직란 홍보글을 보고 ‘○○교육문화연구소’에 무료 회원으로 가입했다. 1999년 문을 연 이 연구소의 홈페이지에는 ‘교사 합격률 13년 연속 1위’라는 문구가 떠 있었다.

민 씨에게 연구소 팀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우리는 전국 사립학교로부터 위임받아 학교가 원하는 교사의 연령 성별 종교 등을 알아내 맞춤 정보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찾아가니 연구소 측은 “1억2000만 원을 내면 인사권자와 협의된 숨은 정보를 주고 정교사로 채용시켜 주겠다”며 ‘프리미엄 회원’으로 가입하라고 권유했다. 민 씨는 계약금 2000만 원을 연구소 소장 강모 씨(48)에게 전달했고, 이후 모두 9000만 원을 건넸다. 하지만 강 씨는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말만 되풀이했고 민 씨는 정교사로 채용되지도, 돈을 돌려받지도 못했다. 결국 올해 3월 스스로 노력해 기간제 교사가 됐다.

이에 앞서 강 씨는 2008년 자신이 윤리교사로 근무했던 경기지역 A공고의 이사장 아들이자 부장교사인 강모 씨(53)에게 7000만 원을 건네고 교사채용 논술시험 문제를 빼냈다. 이사장 아들은 연구소로 찾아와 강 씨 연구소의 프리미엄 회원 3명에게 첨삭지도를 해주고 실제 시험 때 최고 점수를 줘 합격시켰다. 당시 이 학교에는 100명이 지원했지만 5000만 원씩 낸 프리미엄 회원 3명만 정교사로 채용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006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교원 자격증을 지닌 교사 지망생 480명을 속여 5억여 원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 등)로 강 씨를 구속하고 연구소 실장 박모 씨(67)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A공고 부장교사 강 씨도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했다. 이들은 475명에게 55만∼77만 원, 프리미엄 회원 5명으로부터 5000만∼9000만 원의 회비를 받아 챙긴 혐의를 사고 있다.

연구소는 또 자신들의 도움 없이 채용된 교사회원들에게도 “전국 학교에 실명을 공개하겠다”고 협박하며 연봉의 5∼13%를 수수료로 요구해 5, 6명으로부터 20만∼630만 원씩 뜯어내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대부분이 나중에 채용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까봐 신고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교사채용정보 사이트#취업알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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