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미래로 2012 대학 탐방]100% 영어강의-美대학 복수학위제로 글로벌인재 맞춤 교육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11일 03시 00분


성균관대학교 글로벌경영학과 - 글로벌경제학과 - 글로벌리더학부

국제 금융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하는 성균관대 글로벌경제학과의 수업은 100% 영어로 이뤄진다. 모든 강의는 글로벌경제학과 재학생만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이 같은 맞춤형
수업 덕분에 내년 2월에 배출되는 첫 졸업생 중 벌써 옥스퍼드대 케임브리지대 같은 명문대학원에 합격한 학생이 적지 않다. 성균관대 제공
국제 금융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하는 성균관대 글로벌경제학과의 수업은 100% 영어로 이뤄진다. 모든 강의는 글로벌경제학과 재학생만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이 같은 맞춤형 수업 덕분에 내년 2월에 배출되는 첫 졸업생 중 벌써 옥스퍼드대 케임브리지대 같은 명문대학원에 합격한 학생이 적지 않다. 성균관대 제공

성균관대에는 인문계열을 대표하는 3개 학과(부)가 있다. 글로벌경영학과 글로벌경제학과 글로벌리더학부다. 글로벌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는 이 학과(부)들은 학교와 삼성재단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교수가 학생들을 밀착 관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올 2월 1회 졸업생을 배출한 글로벌경영학과와 내년 2월 첫 졸업생이 나오는 글로벌경제학과에는 국내외 유수기업과 대학원에 진학한 학생이 많다.

매년 우수한 수험생이 지원해 합격점수가 높다. 이에 따라 상위권 신입생에게 지원하는 삼성장학금도 대부분 이 3개 학과(부) 학생이 휩쓴다. 내년에는 수시와 정시모집을 통해 언어 수리 외국어 표준점수 합이 402점 이상인 신입생에게 4년 전액 삼성장학금을 지급한다.

○ 영어로 배우는 실제 기업 사례

올해 글로벌경영학과에는 삼성전자 코리안리 한국피앤지(P&G) 등 국내외 대기업 합격 소식이 끊이지 않았다. 시카고대 로스쿨, KAIST와 같은 국내외 대학원에 장학금을 받고 입학한 학생도 많았다. 국제 비즈니스 리더를 양성하기 위해 세계 수준의 경영학 강의를 100% 영어로 진행한 덕분이다.

학생들은 ‘아이코어(I-Core) 프로그램’을 통해 실제 기업 사례를 배운다. 이 프로그램은 인디애나대 켈리 비즈니스스쿨이 독자 개발해 수십 년간 운영했다. 재무, 마케팅 전략, 생산운영관리, 조직 등 4개의 개별 과목을 통합적으로 가르친다.

4개 과목 강의를 따로 진행하다가 학기말에 팀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한 가지 경영 사례를 놓고 4가지 경영지식을 총동원해 솔루션을 제시하는 형식이다. 이 프로젝트를 하려면 2주간 합숙을 해야 할 정도다. 최고경영자(CEO)가 의사결정을 할 때 각각의 지식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알 수 있어 거시적인 안목을 갖추도록 돕는다.

경영학석사(MBA) 과정에서 공부하듯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같은 실제 경영 사례로 실무 감각을 키운다. 졸업 전 취업에 성공하는 학생이 많은 비결이기도 하다.

학생이 국제무대에서 활약하도록 하기 위한 복수학위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2학년 2학기까지 마친 뒤 켈리스쿨이나 오하이오주립대 피셔칼리지에서 공부하면 4년 만에 한국과 미국 경영대 학사학위를 모두 취득할 수 있다. 실제로 켈리스쿨에 갔던 학생이 현지 미국 교수의 조언에 힘입어 올해 시카고대 로스쿨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글로벌경영학과의 수업을 충실히 들으면 대학원 진학에 필요한 기본지식도 탄탄하게 갖출 수 있다. 경제 수학 통계와 같은 전공기초 과목부터 마케팅 재무 인사 등 주요전공 과목이 학년별 단계별로 로드맵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단순히 경영수업만 하지는 않는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역사 철학 예술과 같은 인문 소양 과목도 필수로 가르친다.

○ 입학 전부터 영어와 경제학 교육

글로벌경제학과는 국제 금융전문가와 한국 최초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를 배출한다는 목표로 2009년 신설됐다. 내년 첫 졸업생은 옥스퍼드대 케임브리지대 런던정경대 성균관대 서울대 로스쿨에 진학할 예정이다.

모든 강의는 글로벌경제학과 학생만을 위해 개설됐다. 100% 영어강의다. 저학년 때는 미시·거시경제 경제통계 같은 필수과목을, 고학년 때는 이론경제 금융경제 법경제 공공경제 등을 진로에 따라 선택해 들을 수 있다.

글로벌경제학과는 매년 합격자를 대상으로 겨울방학에 2주간 예비대학을 연다. 영어 수업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경제학 기초를 세우는 데 주력한다. 교수와 선배 간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하도록 튜터링 제도를 운영한다. 이 기간 동안 집에서 통학하기 어려운 학생에게는 숙소를 제공한다.

학생들은 입학 뒤 4개 연구반에 들어간다. △이론경제 △금융경제 △법경제 △공공경제로 나뉘는 연구반은 지도교수의 밀착 지도를 받으며 2주마다 조별 토론을 한다. 교수로부터 연구반 활동 계획이나 진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학과는 연구반에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학문적 성취도를 높이기 위해 매년 경제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스터디그룹은 연구 주제를 스스로 선정한 뒤 데이터 수집부터 실제 경제상황 분석까지 모든 것을 자체적으로 한다. 경제학도로서 전문성을 향상시킬 좋은 기회다. 모든 과정이 영어로 진행되는 데다 지난해는 미국 인디애나대, 2년 전에는 영국 버밍엄대에서 진행돼 국제적인 감각도 키울 수 있었다. 우수한 성적을 거둔 팀에는 상장과 함께 스터디 지원금, 상금 등 각종 혜택을 준다.

세계 명문대와 복수학위 프로그램 협정도 맺었다. 성균관대에서 4학기, 인디애나대에서 4학기를 다니면 졸업 때 양 학교의 학사학위를 받을 수 있다. 현지 경제학부 학생이 듣는 수업과 동일한 교과과정을 이수할 수 있고, 여름방학에는 인턴십 프로그램에도 참가할 수 있다. 기본 전공은 경제학이지만 다른 전공을 하나 더 선택해 복수전공 과정을 밟을 수도 있다. 영국 버밍엄대와의 복수학위 취득도 가능하다.

○ 목표는 최단기 고시 합격

글로벌리더학부는 법 행정 정책 분야의 핵심 지도자를 양성하기 위해 올해 신설됐다. 1학년 1학기를 마친 뒤 원하는 진로에 따라 두 가지 트랙(교육과정)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법무트랙은 미래법조인 양성을 위해 특화됐다. 법학전문대학원 진학이나 법 전문가로 발전할 수 있게 돕는다.

이를 위해 법 관련 전공 수업을 제공하며 로스쿨 입학을 상담해주고, 로스쿨 재학생이나 졸업생을 초대해 특강도 연다. 법무트랙 지도교수제를 통해 분야별로 특화된 교수로부터 진로상담도 받을 수 있게 한다.

정책학트랙은 행정고시나 외무고시 등 고시 합격을 목표로 한다. 고시반인 양현관과 연계해 공직적격성평가(PSAT) 특강이나 2차 시험 준비반을 만들어 고시에 빠른 시간에 합격하도록 돕는다.

행정고시 외무고시 공인회계사 등 6개 반으로 구성된 양현관은 고시합격의 산실이다. 출제위원급 교수를 초빙해 특강을 진행하고, 모의고사 응시, 그룹 스터디를 지원한다. 성적 우수자는 기숙사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고시의 1차 합격자는 졸업할 때까지 등록금의 절반을 장학금으로 받는다.

정책학트랙 재학생에게는 주요 고위 공직자와의 만남이나 고시에 합격한 선배의 특강을 들을 기회를 준다.

어떤 트랙에 들어가든 학생들은 ‘언어논리’와 ‘상황판단과 추리논증’ 과목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PSAT과 법학적성시험(LEET)의 기초 과목이기 때문이다. 전공과목 외에 고시 응시를 위해 필요한 경제학 경영학 사회복지 사회학 교육학 분야의 각종 과목 수업도 글로벌리더학부 학생들만을 위해 개설한다.

학부 내 각종 학회도 진로와 밀착해 운영한다. 법학회와 정책학회는 지도교수를 배정해 전문적인 교육을 한다.
▼ “2년 유학으로 복수학위 취득 매력적” 재학생들의 학과자랑

글로벌경영학과에서는 실제 경영 사례를 놓고 모든 경영지식을 동원해 솔루션을 제시
하는 팀프로젝트 수업이 진행된다. 이 프로젝트는 2주간 합숙을 해야 할 정도로 강도가
높지만, 마치고 나면 경영에 대한 거시적 시각을 갖게 된다. 성균관대 제공
글로벌경영학과에서는 실제 경영 사례를 놓고 모든 경영지식을 동원해 솔루션을 제시 하는 팀프로젝트 수업이 진행된다. 이 프로젝트는 2주간 합숙을 해야 할 정도로 강도가 높지만, 마치고 나면 경영에 대한 거시적 시각을 갖게 된다. 성균관대 제공
“고등학교 때보다 더 열심히 공부합니다.”

글로벌경영학과 글로벌경제학과 글로벌리더학부 재학생의 한결같은 말이다. 상위권 학생만 모인 데다 대학원 수준으로 공부하다 보니 벅찬 게 사실이다. 과제 제출, 프로젝트 발표, 시험으로 빡빡하게 돌아가는 일정. 학생들은 “누가 대학생이 논다고 했느냐. 대입 앞둔 수험생보다 더 치열하게 공부한다”라며 혀를 내두른다.

글로벌경영학과와 글로벌경제학과의 학생들은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는 것에 부담감을 토로했다. 글로벌경영학과 3학년 홍민우 씨(21)는 “일반고 출신이라 100% 영어 수업이 두려웠다. 1학년 1학기 때는 특히 고생했다. 수업을 준비하고 과제를 할 때마다 한계를 느끼고 극복해 가는 과정을 반복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영어 수업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빠르게 적응했다. 글로벌경제학과 2학년 이수연 씨(21·여)는 “깊이 있는 학문을 영어로 배워야 하는 데 대한 부담이 있었지만, 수업을 듣고 나서는 괜한 걱정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어 수업은 그 자체에 목적이 있는 게 아니고 경제를 전달하는 언어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같은 학과 2학년 서원배 씨(20)도 “영어 수업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을 위해 학과가 예비대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교수님이 배려해 줘 괜찮다”라며 “나처럼 외국어고나 국제고 출신이 아닌 학생은 걱정을 많이 하는데, 영어로 불편을 겪을 일은 거의 없다”라고 말했다. 홍 씨는 “영어는 반드시 정복해야 하는 영역인데, 따로 시간 들이지 않고 학과 공부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어 오히려 장점이다”라고 강조했다.

학생들은 리더가 될 자신의 미래를 그리는 중이다. 3학년 노효선 씨(21·여)는 복수학위제도의 매력에 끌려 글로벌경영학과에 지원했다. 유학 비용을 지원해 주는 건 아니지만, 해외에서 2년만 공부하면 복수학위를 딸 수 있다. 따라서 유학을 갈 때보다 비용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그는 “국내외 실제 기업 사례를 토론과 발표를 통해 배우기 때문에 세계에서 활동하고 싶은 학생들에게 최적화된 학과다”라며 “매니지먼트나 마케팅을 국제 외교와 연관시켜 공부하고 싶다”라고 했다.

서 씨는 “힘들긴 하지만, 고등학생 때부터 흥미 있었던 경제학을 질리도록 공부할 수 있어 행복하다. 신설 학과여서 진로에 대해 걱정이 되지만 우리들은 ‘후배를 이끌어 줄 선배가 되자’라며 스스로 발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비슷한 꿈을 꾸는 학생이 많은 것은 글로벌리더학부의 장점이다. 1학년 오세준 씨(19)는 “학부생 80명 모두가 법조인이나 공무원이 되길 원해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하며 공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성균관대#글로벌경영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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