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민화가 좋아 시작한 역사공부, 이젠 미술사학자를 꿈꾸죠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27일 03시 00분


미술과 역사 공부를 함께… 융합형 인재 송건호 군

지난달 20일 개최된 ‘제1회 KDB학생미술대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경기 송원중 2학년 송건호 군. 송 군은 한국 민화를 섭렵하기 위해 700여 권의 역사책을 읽고 ‘역사 박사’가 됐다.
지난달 20일 개최된 ‘제1회 KDB학생미술대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경기 송원중 2학년 송건호 군. 송 군은 한국 민화를 섭렵하기 위해 700여 권의 역사책을 읽고 ‘역사 박사’가 됐다.
경기 송원중 2학년 송건호 군(13)은 미술적 재능을 역사 공부와 연결한 융합형 인재다. 역사 속 미술작품을 소재로 역사를 공부하고 그렇게 공부한 역사는 다시 그의 손을 타고 동양화로 그려진다. 지난달 20일 KDB금융그룹이 개최하고 전국 2000여 명의 중고교생이 참가한 ‘제1회 KDB학생미술대전’에서 수상자 14명 중 유일하게 한국화 작품을 제출해 최우수상을 수상한 송 군. 최근 그를 만나 미술로 역사공부를 정복한 비결을 들어봤다.

○ 민화를 사랑한 소년, 역사를 파고들다

송 군이 미술을 시작한 것은 초등 1학년 때. 미술학원을 운영하는 어머니에게서 미술을 배우기 시작한 그는 ‘도화지와 물감’보다는 ‘화선지와 먹’을 더 좋아했다. 그는 그림의 소재가 될 민화, 벽화 등 역사 속 미술작품을 공부하기 위해 역사책을 펴들었다. 학기 초에 새 역사 교과서를 받으면 빠른 속도로 책을 넘기면서 사진과 그림을 훑었다. 하지만 교과서만으로는 미술작품을 보면서 떠오르는 궁금증을 모두 해결할 수 없었다.

“교과서에선 각 미술작품을 누가, 언제, 왜 그린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충분히 실려 있지 않더라고요. 그것을 알아보기 위해 더 많은 역사책을 읽다보니 지금까지 700여 권을 읽었어요. 초등 5학년 때 읽은 책 ‘한국사편지’가 큰 도움이 됐는데 지금도 그 책을 읽고 있답니다. 하하.”(송 군)

송 군은 독서뿐 아니라 직접 발품을 팔아 역사 속 미술세계를 공부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주말마다 가족과 함께 국내 박물관과 문화재를 찾아다니는 게 그의 취미. 서울역사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등은 두 달에 한 번씩 방문할 정도다. 2개월 주기로 새 전시물이 나오는 것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란다.

“초등 3학년 때 지역 도서관에서 한 선생님이 고구려 장군총의 사신도 벽화를 보여주면서 그에 얽힌 역사를 설명하는 것을 들으니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그때부터 더 많은 미술작품과 문화재를 찾아다니게 됐는데, 그것이 학교시험에서 역사는 90점을 꼭 넘는 비결인 것 같아요.”(송 군)

그는 올 여름방학 때 중국 베이징과 시안, 상하이 등을 돌며 동양의 미술작품과 그에 얽힌 역사를 공부했다. 그는 “중국 곳곳의 불상과 불화를 살펴보니 인도에서 들어온 불교가 중국에서 어떤 경로를 거쳐 한국으로 오게 됐는지를 저절로 알 수 있었다”고 했다.

○ “미술로 우리 역사 알리는 전도사 되고 싶어”

송건호 군이 ‘제1회 KDB학생미술대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수묵담채화 ‘세계적인 도전의 날개’.
송건호 군이 ‘제1회 KDB학생미술대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수묵담채화 ‘세계적인 도전의 날개’.
송 군의 그림에는 호랑이와 까치, 소나무 등 한국 민화에 등장하는 소재들이 단골로 등장한다. 그는 ‘도전’을 주제로 내건 이번 KDB학생미술대전에서도 힘차게 뻗은 소나무와 활짝 날개를 편 새,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청소년을 담은 수묵담채화로 심사위원단의 호평을 받았다. 그가 붙인 그림 제목은 ‘세계적인 도전의 날개’.

송 군은 지난해 5월 ‘제31회 삼성생명 청소년 미술작품 공모전’에서도 소나무와 새, 사람을 수묵화로 그려내 은상을 받았다. 당시 수상한 작품 ‘생명 사랑 사람을 소중히 하는 세상’은 한 출판사의 2014학년도 중학 미술교과서 표지에 실릴 예정이다.

수묵화를 통해 한국의 미(美)를 전 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송 군. 그의 또 다른 꿈은 아직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미술작품을 더 많이 발굴해 숨은 역사를 알아내는 것이다.

“대학에서 미술과 역사를 함께 공부할 수 있는 학문인 미술사를 전공한 뒤 문화재 발굴 현장에서 연구활동을 벌이고 싶어요. 조그마한 민화나 옷가지에서도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사건이나 역사적 맥락을 찾아낼 수 있다면 그보다 즐거운 일이 없겠지요?”(송 군)

글·사진 이강훈 기자 ygh8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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