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 ‘9회말 2아웃 만루홈런’ 친다더니…3중살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23일 1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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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9회말 2아웃에 만루 홈런을 치겠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6월 4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야구발전을 위한 정책워크숍'에서 호기롭게 약속했다. 달콤한 말이었다. 이 자리에서 야구계의 열악한 현실을 토로한 모든 야구인들은 박 시장의 호언장담을 믿고 싶었다. 30년 된 낡은 잠실야구장과 완공이 지지부진한 고척 돔구장 문제가 시원하게 해결될 줄 알았다.

하지만 박 시장이 22일 내놓은 체육정책은 '9회말 2아웃 만루홈런'이 아니라 '9회말 무사만루 삼중살타'였다. 박 시장은 첫째, '프로야구의 꿈'을 아웃시켰다. 서울시는 30년 된 잠실야구장의 신축이나 증축을 않기로 했다. '미국프로야구의 뉴욕 양키스 스타디움은 65년 쓰고 재건축했다'거나 '보스턴 펜웨이 파크는 100년 됐다'는 식의 조악한 변명을 댔다. 신축 대신 서울시가 내놓은 대책은 고작 △화장실 개선 △내야좌석 및 외야 펜스 교체 △외야 익사이팅존 400석 설치 △원정팀 라커 시설 개선에 그쳤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시설유지보수 비용을 올해 20억 원에서 내년 35억 원으로 15억 원 올렸다. 올해 잠실구장에서만 광고료 72억 원과 위탁료 25억5800만 원 등 100억 원 가까운 수익 가운데 30% 수준에 불과하다. 나머지 비용은 어디에 쓰는지 밝히지도 않았다. 잠실 방문 팀 라커 시설 개선도 샤워기 몇 개를 바꾸는 수준이다. 잠실야구장은 이미 각종 시설물이 포화상태여서 다른 용도로 사용할 공간이 거의 없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최신시설로 대폭 증설한다'는 식으로 자화자찬했다.

박 시장은 둘째, '아마추어 야구의 꿈'을 아웃시켰다. 서울시는 2013년 12월 준공 예정인 구로구 고척돔구장에 내년 상반기까지 서울 연고 프로야구단 한 곳을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고척돔구장은 2007년 12월 철거된 동대문야구장의 대체구장이다. 아마추어 야구의 메카였던 동대문을 부활시키기 위해 마련한 곳이다. 아마추어 야구는 고척돔구장의 완공만 기다리며 목동구장과 간이야구장을 떠돌았다. 그런데 이제는 고척돔마저 프로야구단에 내줘야할 형편이다.

서울을 연고지로 한 프로야구단들의 고민도 깊다. 잠실야구장을 사용하는 LG 두산과 목동구장을 쓰는 넥센은 혹시나 접근성이 떨어지는 고척돔구장으로 가야하는 건 아닌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들 두 구장은 서울시 소유이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셋째, '1000만 서울 시민의 꿈'을 아웃시켰다. 서울시민은 박 시장의 만루홈런 발언을 들었을 때만 해도 수도 서울의 수준에 걸맞은 최신식 야구 인프라를 꿈꿨다. 그러나 그건 '6월의 헛꿈'이 됐다. 번지르르한 말잔치보다 실천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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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주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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