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부남 영사기 기사-女 매표원 17년 불륜 ‘새드엔딩’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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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여성, 술취한 내연男 개줄로 목졸라 살해

해당 기사와 관련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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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지 말았어야 할 인연이 결국 비극으로 끝을 맺었다.

지난달 30일 내연녀 박모 씨(42)와 함께 서울 광진구 구의동의 한 모텔에 투숙한 김모 씨(49). 내연녀 박 씨는 다음 날 오전 모텔 종업원에게 “애인과 함께 농약을 마시고 동반자살하려 했는데 나만 살아났다”며 “119를 불러 달라”고 요청했다. 종업원의 신고로 119 구급대가 출동했을 때 남자는 이미 숨진 뒤였다. 방 안에서는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함께 죽을 수밖에 없다. 할 수 없이 마지막 선택을 한다. 가족에게 미안하다”고 적힌 박 씨의 유서가 발견됐다.

하지만 박 씨의 거짓말은 사망 사건을 조사하던 경찰에 의해 약 보름 만에 탄로 났다. 두 사람에게서 농약 성분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기 때문. 부검 결과 남자의 사인은 목졸림에 의한 질식사로 판명 났다.

경찰 조사 결과 두 사람은 17년 전 서울 강남의 한 영화관에서 영사기 기사와 매표소 직원으로 처음 만났다. 박 씨에 따르면 당시 김 씨는 유부남이었지만 서로 첫눈에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의 사랑은 박 씨 부모의 반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박 씨는 결국 다른 남자와 결혼했다.

그러나 이 결혼은 “돌아와 달라”는 김 씨의 하소연을 이기지 못한 박 씨가 혼인신고도 하지 않은 채 집을 나오면서 파탄으로 끝났다. 두 사람의 사랑은 이들이 처음 만났던 영화관을 그만둔 뒤로도 계속됐다. 남자는 미군 부대에서 미화원 일을, 여자는 간호조무사로 생계를 이어갔다. 올 8월 직장을 잃은 남자는 가정도 팽개치고 만난 지 17년 만에 박 씨와 동거에 들어갔다. 두 사람은 석 달가량 국내와 태국 등을 여행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지만 그것도 잠시. 남자가 자신의 딸에게 자주 전화를 하고 본 가정을 챙기는 모습을 본 여자가 질투에 휩싸이면서 파국으로 치달았다. 아직도 남자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 여자는 질투에 눈이 멀었다.

결국 살인을 결심한 여자는 사건 당일 남자와 술을 마시고 취한 남자를 모텔로 데려갔다. 그리고 세상모르고 잠에 빠진 남자를 청테이프로 묶고, 개를 매는 줄로 목을 졸랐다. 여자는 다음 날 오전 준비한 농약을 한 모금 머금은 뒤 모텔 종업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를 걸었다. 이후 “마신 농약 때문에 건강이 안 좋다”며 병원에 입원했지만 결국 어설픈 알리바이로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경찰은 “박 씨가 질투에 눈이 멀어 남자를 살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씨는 경찰 조사에서 “죽은 무속인 영혼이 나에게 들어와 ‘남자를 죽이고 약을 먹고 너도 죽으라’고 했다”고 횡설수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20일 박 씨를 살인 혐의로 구속했다.

[채널A] “불륜관계 끝내자” 말에 내연남 개줄로…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살인#영사기#영화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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