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축제에 공연기부 연예인… “작은 웃음 주고 큰 감동 받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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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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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엔미디어 소속 4명 2009년부터 무료 출연

UV 멤버 유세윤 씨(오른쪽)가 지난달 23일 뇌성마비 장애인들의 ‘오뚜기 축제’에서 장애인 손을 잡으며 공연하고 있다. 유 씨가 소속된 기획사 연예인들은 2009년부터 뇌성마비 장애인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뇌성마비복지회 제공
UV 멤버 유세윤 씨(오른쪽)가 지난달 23일 뇌성마비 장애인들의 ‘오뚜기 축제’에서 장애인 손을 잡으며 공연하고 있다. 유 씨가 소속된 기획사 연예인들은 2009년부터 뇌성마비 장애인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뇌성마비복지회 제공
빨강 잠옷, 흰 양말에 분홍색 슬리퍼를 신은 그가 무대에 섰다. 긴 레게머리 사이로 얼굴이 비치자 관객 사이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개그맨 유세윤 씨가 속한 그룹 UV였다.

평소 “우리의 라이벌은 ‘서태지와 아이들’”이라고 주장하는 그들의 등장에 객석을 채운 뇌성마비 장애인들의 눈빛이 반짝였다.

지난달 23일 UV와 개그맨 유상무 씨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 서울숲에서 열린 ‘오뚜기 축제’를 찾았다. 전국 각지에서 온 뇌성마비 장애인들의 축제다. 이들은 뇌성마비 장애인들과 어울리며 노래를 불렀다. 사회를 맡은 유상무 씨는 이날 “불러만 주면 앞으로 10번은 더 이런 자리를 찾겠다”고 말했다.


이들이 속한 연예기획사 코엔미디어가 이어온 봉사활동이라 출연료는 없었다. UV와 유상무 씨 외에도 이 기획사 개그맨 장동민 씨, 가수 현영 씨도 한국뇌성마비복지회의 소개로 뇌성마비 장애인을 위한 봉사활동을 해왔다.

인연은 2009년 시작됐다. 복지회가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서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 ‘꿈을 일구는 마을’ 홍보에 참석하면서다. 평소 뇌성마비 장애인을 돕는 일에 관심을 가져온 코엔미디어 안인배 대표가 먼저 연락했다. 소속 연예인들도 함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꿈을 일구는 마을에서 만든 화분과 액자 등을 파는 일을 도왔다.

이듬해부터는 자신들의 특기를 더욱 살렸다. 매년 7월 뇌성마비 장애인 청소년들이 2박 3일 일정으로 떠나는 ‘오뚜기 캠프’에 참석했다. 올해 8월에는 장동민 씨가 강원 횡성에서 열린 캠프를 찾아 뇌성마비 장애인 300여 명에게 사인을 해주고 기념촬영도 했다. 지난해에는 현영 씨가 캠프에 왔다.

몸이 불편해 평소 공연장을 찾기 어려운 뇌성마비 장애인에게는 이들의 공연이 값진 추억이다. 복지회 산하 강서뇌성마비복지관 박세영 관장은 “뇌성마비는 의사소통이 어렵고 몸이 약간 불편한 것이지 지능이나 사고력에는 문제가 없어 이들 역시 연예인을 좋아한다”며 “초청해도 모자랄 판에 먼저 와줘 항상 고마움을 느낀다”고 했다.

이날 UV가 공연한 행사에는 뇌성마비 장애인과 지역주민 등 1200여 명이 찾았다. 뇌성마비 장애인을 자녀로 둔 일본 지체부자유아자부모회 연합회 대표단 35명도 참석했다. 한류(韓流) 열풍 덕에 UV를 알아본 이들은 “연예인이 거리낌 없이 뇌성마비 장애인과 어울리고 공연과 기부를 하는 모습에 놀랐다”며 연신 감탄사를 터뜨렸다.

공연 뒤 뇌성마비 장애인들은 손수 만든 감사패를 연예인들에게 전달했다. 직접 그림을 그려 만든 칠보 공예품이었다. 행사에 참가한 뇌성마비 장애인 백문기 씨(27)는 이날 공연 뒤 “항상 집에서 생활하는데 좋은 기회였다”며 “바쁜 시간을 쪼개 멋진 공연을 보여줘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봉사에 참여한 연예인들은 “큰일을 한 것도 아니고, 일 년에 한두 차례 조그마한 일을 하는 것이라 나서서 자랑할 만큼 대단한 일을 한 게 아니다”며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이들은 “늘 하던 대로 작은 봉사활동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는 뜻을 매니저를 통해 전해 왔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연예인#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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