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실패로 자살까지 생각하고 무작정 떠돌다 제주에서 새로운 삶의 희망을 만나 카메라와 벗한 지 20년. 제주 사람보다 제주의 구석구석을 더 잘 아는 권기갑 씨(57·사진)가 6일부터 10일까지 제주시 제주도문예회관 제1전시실에서 ‘제3회 권기갑 사진전’을 연다.
26점을 전시하는 사진전 주제는 ‘생명과 신화의 섬, 삼다도’. 제주의 내면을 앵글에 담으려고 애썼다. 관찰자의 시각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의 시각이다. 투박한 질감의 현무암으로 빚어 낸 돌하르방,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돌담, 단순하지만 소박한 멋이 일품인 동자석 등 섬사람이 빚어 낸 돌 문화를 담았다. 바람을 소재로 한 작품은 언뜻 ‘바람을 잡은 작가’로 유명한 김영갑(1957∼2005년)을 떠올리게 한다. 오름(작은 화산체)과 들판에 휘몰아치는 바람, 바람에 순응할 수밖에 없었던 초가, 바람으로 성난 모습을 지은 바다 등 바람이 주는 풍경이 사진에 녹아 들었다. 해녀는 제주 여성의 상징으로 고단한 일상에 담겨진 강인한 생활력이 카메라에 잡힌 주름진 얼굴에서 드러난다.
권 씨는 “단순한 풍광이 아니라 문화적 관점에서 가장 제주다운 전통과 역사의 실체에 접근하고자 했다”며 “제주를 ‘제2의 고향’으로 여기고 살다가 지금은 어머니 품처럼 따뜻한 ‘심신의 고향’이 됐다”고 말했다.
권 씨는 개인택시를 운전하며 다른 지역에서 내려오는 사진작가들을 안내하는 일을 주로 한다. 9월 열린 세계자연보전총회(WCC)에 참가한 국내외 주요 인사에게 한정판으로 배포한 ‘신비의 섬, 제주’ 화보집은 그의 작품이다. 제주도미술대전 초대작가, 제주도사진작가협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2009년 제27회 한국사진작가협회 사진문화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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