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혈의 10대 남녀… 살인후 “내꿈꿔♥” 카톡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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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 대학생 살인 피고인 4명 징역 7∼20년 중형 선고
법원 “미리 계획한 범행… 반성 기미 없고 수법 잔인”

“내일 데이튼데 헤롱대면 때찌할거야”

“내일 오빠 옆에서 자게 해줘, 바보, 사랑해, 잘 자구, 내꿈꿔♥”

달콤한 이 대화는 사랑스러운 분위기에서 오간 메시지가 아니다. 올해 4월 충격을 줬던 ‘신촌 대학생 살인사건’ 피의자들이 범행 직후 주고받은 스마트폰 메시지 내용이다. 한 대학생을 잔인하게 살해한 뒤에도 반성의 기미 없이 사랑을 속삭이던 이들에게 법원이 징역 20년 등 중형을 선고했다.

▶본보 5월 2일자 A14면 15세 여친 놓고 인터넷 카페 회원끼리 치정극


서울서부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김종호)는 24일 스마트폰 단체 대화방에서 갈등을 빚던 대학생 김모 씨(20)를 불러내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구속 기소된 고등학생 이모 군(16)과 대학생 윤모 씨(18)에게 징역 20년을 각각 선고했다. 범행을 함께 모의하고 살인을 묵인한 혐의(살인 방조 등)를 받은 고등학생 홍모 양(15)에게는 징역 장기 12년, 단기 7년을, 숨진 김 씨의 여자친구였던 대학생 박모 씨(21)에게는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징역 20년은 미성년자가 선고받을 수 있는 가장 무거운 형량이다.

이 군 등은 4월 30일 서울 서대문구 바람산어린이공원에서 목과 배 등을 흉기로 40여 차례 찌르고 쇠파이프로 머리를 내리치는 등 잔혹한 수법으로 김 씨를 살해하고 공원 숲 속에 시신을 유기했다. 코스프레 축제와 인터넷 게임 사이트를 통해 서로를 알게 된 이들은 함께 어울리던 스마트폰 단체 대화방에서 김 씨가 리더로 나선 것에 불만을 품었다. 특히 개신교 신자인 김 씨가 피고인들이 관심 있어 하던, 죽은 자의 영혼을 믿는 속칭 ‘사령카페’를 비난하자 기존의 스마트폰 대화방에 김 씨만 두고 모두 나와 버리는 방식으로 따돌리기 시작했다. 이에 김 씨가 스마트폰 메시지를 통해 욕설로 대응했고 피고인들은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이 살인을 저지르기 위해 흉기와 쇠파이프, 전기선 등을 미리 준비했고 피해자가 애원했는데도 잔인하게 살해했다”며 “‘카카오톡’ 메시지나 대화 내용을 봤을 때 우발적으로 살해했다는 피고인들의 주장과 달리 미리 계획한 범행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중형 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범행 전날 휴대전화로 ‘뭔가 돼지 잡는 것 생각함’, ‘편하게 죽일 가치가 없네’ 등의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들이 범행 뒤에도 인터넷으로 기사를 보며 완전범죄를 하지 못한 아쉬움을 토로하고 데이트를 약속하는 등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며 “다만 이들이 미성년자임과 성장환경을 감안해 법정 최고형보다 낮은 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채널A 영상] 시신 풀숲에 숨긴뒤 화장실서 피 묻은 손 씻으며 태연히…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신촌 대학생 살인사건#징역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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