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 지난 쇠고기 대학-유명 곰탕집 납품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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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한보다 2년 지난 것도… 32억어치 유통 2명 입건

“유통기한이 지난 고기를 재포장하고 있으니까 빨리 가봐요.”

지난달 중순 서울 성동경찰서로 이런 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경기 하남시의 한 축산물 가공업체가 유통기한이 지난 축산물을 들여와 포장만 다시 한 뒤 싼값에 판매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경찰이 신고된 업체 작업장을 찾았을 때 바닥에는 구더기가 들끓고 악취가 진동했다. 고기를 자르는 기계에는 검게 변한 고기 찌꺼기와 묵은 기름때가 끼어 있었다. 구석에 쌓여 있는 축산물 포장박스에 표기된 유통기한은 길게는 2년 이상 지나 있었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2008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무허가 축산물 가공처리 작업장을 만들어 유통기한이 지난 축산물을 재가공한 뒤 싼값에 되판 혐의(축산물 위생관리법 위반)로 윤모 씨(55)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3일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유통기한이 지난 축산물을 수거해 판매하는 속칭 ‘땡처리업자’로부터 축산물을 사들여 유통기한 표기를 고친 뒤 대학 학생식당이나 대형 기숙학원 등 20여 개 단체급식 시설에 판매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쇠고기 돼지고기 우족 등 이들이 지난 5년간 처리한 축산물은 432t가량으로 시가 32억7000만 원 상당이다. 이들은 최근 경기도의 한 유명 곰탕집에도 400인분을 판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 씨 등은 주문자가 특정 원산지 축산물을 요구하면 멋대로 원산지를 표시한 뒤 납품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에게 유통기한이 지난 축산물을 판매한 업자가 누구인지도 수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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