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계성초교 흉기난동 피해자 부모 “사회차원 대책 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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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계성초교 흉기난동 피해자 부모 “사회차원 대책 필요”
“내 아이에 묻지마 테러… 모두의 문제로 받아들여야”

“내 자식이 ‘묻지 마 범죄’에 당할 거라곤 꿈에도 몰랐지만 이번 사건에는 사회적 책임도 있다고 봅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계성초등학교 습격 사건의 피해자 A 군(10)의 부모는 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A 군은 9월 28일 범인 김모 군(18)이 휘두른 삽에 맞아 팔꿈치 뼈가 부러지고 살도 3cm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사건 발생 당일에는 말도 제대로 잇지 못했지만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안정을 찾았다고 한다. 하지만 A 군은 아직도 ‘그날 그 끔찍했던 순간’에 대해서는 말하기를 꺼리고 있다.

A 군의 부모는 “우리 아이가 백주 대낮에 학교 교실에서 이런 일을 당할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다”며 “범행을 저지른 학생도 가정에서 잘 치료받으면서 성장하고 학교에서도 좀 더 세심하게 관리해줬으면 그런 반사회적 행동을 하지 않았을 텐데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어 “누구든 이런 식의 범죄에 희생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공포스럽다”며 “우리 사회에서 이런 범죄가 다시 일어나지 않게 현명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김 군은 경찰 조사에서 “잘사는 사람들이 싫었다”며 “사회적 약자인 나는 아무리 노력해도 부자가 될 수 없다”고 진술했다. 또 범행 당시 갖고 있던 메모에는 “열심히 노력해서 언젠가는 성공한다 해도 제겐 절대 바꿀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고 적혀 있다.

김 군의 심리상태와 범행동기를 분석하기 위해 2일 대면조사를 벌인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프로파일러는 “김 군은 학업 성적 하락과 가정불화로 목표했던 ‘행복한 인생’을 만드는 데 좌절을 겪고 심한 우울감을 분노로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우울증 치료 때문에 고교를 자퇴한 김 군이 범행 당일 교복을 입은 것은 항공관제사나 정비사가 되기 위해 학업을 계속하고 싶었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김 군에게서 “원래 학생들을 살해할 마음으로 학교에 들어갔지만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고는 다치게만 하고 도망가야겠다고 마음을 고쳐먹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또 학교 교실에 침입하기 전에 복도를 서성이며 망설이는 듯한 모습이 확인됐고 살인 목적이라고 보기엔 흉기를 휘두른 정도가 약했던 점으로 미뤄 범행 당시 김 군이 정상적인 사리분별이 가능한 심리상태였던 것으로 보고 있다. 김 군은 “원래 국회의사당에 찾아가 TV에 나오는 유명한 국회의원을 죽이려고 했다”며 “범행을 저지른 후 인근 고층 건물에서 투신자살하려고 했다”고 진술했다. 살인예비와 폭행 혐의로 구속된 김 군은 이번 주 검찰에 송치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김 군이 지난해에만 3차례 자살을 시도할 정도로 우울증을 앓았다”며 “조사 과정에서 강한 죄책감과 불안을 느끼는 것으로 보였고 몇 번이고 ‘죄송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고 전했다.

심영희 한양대 법학과 교수는 “사회적 불평등과 고립을 해결하지 못하고 심한 고통을 느끼다 결국 범죄를 일으키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며 “과거에는 물질만능주의가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붕괴 등 대형 사고를 냈다면 지금은 정신을 붕괴시켜 예상하기 힘든 범죄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  
고현국 기자 m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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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성초교#흉기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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