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대구 서문시장에 한가위 희망 두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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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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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준공한 서문시장 2지구 1층 상가에서 처음 장사를 시작한 정규태 씨(왼쪽)가 고객에게 속옷 상품을 설명하고 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이달 준공한 서문시장 2지구 1층 상가에서 처음 장사를 시작한 정규태 씨(왼쪽)가 고객에게 속옷 상품을 설명하고 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1년 내내 한가위처럼 풍성했으면 하는 마음이죠.”

26일 대구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 2지구 신축 상가 3층. 이번 주말 개점을 앞둔 옷감 전문매장인 부성상회 대표 서정훈 씨(64)는 “쾌적한 쇼핑 환경을 보니 정말 흐뭇하다”며 “처음 장사를 시작했던 초심을 살려 새롭게 출발하고 싶다”고 말했다. 30여 년간 장사를 한 그는 2005년 12월 서문시장을 덮친 화재로 재산을 모두 잃었다. 그는 “처음에는 죽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훌훌 털고 일어서야 한다는 오기가 생겼다”며 “새 터전을 마련해 다시 뛰는 만큼 이곳이 상인들의 새 희망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서 씨는 여성의류 판매도 해볼 계획이다.

17일 준공한 서문시장 2지구 상가는 때마침 돌아온 추석 분위기 덕분에 활기가 넘쳤다.

20일부터 서구 비산동 임시상가(옛 롯데마트)에서 이사 온 상인들은 1∼4층 빈 공간을 기대감으로 하나둘 채우고 있다. 추석 명절 특수를 잡으려는 마음에 가게를 산뜻하게 꾸미는 데 정신이 없다. 새 보금자리에서 장사할 생각에 상인들은 “이제 잘될 일만 남은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상가 1층에 아내와 함께 속옷매장을 연 정규태 씨(51)도 신바람이 났다. 수년 전 의류업체에서 퇴직한 그는 “첫 가게를 새로 지은 2지구에 마련해 행복하다”며 “회사 경험을 잘 살려 1년 안에 번듯한 가게가 되도록 열심히 하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백화점보다 30%가량 저렴하면서도 품질은 좋은 상품을 고객에게 선보일 생각이다. 부인 이해숙 씨(50)는 “전통시장 분위기에 멋지고 편리한 시설을 갖춘 새 상가가 너무 마음에 든다”며 “장사가 잘돼 수입도 늘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서문시장 2지구 상가에는 1494개 점포가 들어선다. 추석 동안 일부가, 나머지는 다음 달 초 입주한다. 에스컬레이터 등 편의시설과 대형화재에도 대처할 수 있는 최신 화재 예방 시스템도 완벽하게 갖췄다. 층마다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고 화재 때 유독가스를 밖으로 빼내고 바깥 공기를 안으로 빨아들이는 환기시설, 화재 대피를 위한 레이저 유도등도 설치했다.

2지구 상가는 섬유원단을 주로 취급하던 이전과는 많이 달라진다. 옷감부터 의류 이불 커튼 같은 홈패션에 이르기까지 종합패션센터로 변신한다. 서울의 동대문상가처럼 섬유에 관한 모든 것을 한자리에서 사고팔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상가 준공으로 서문시장 전체에도 희망이 퍼지고 있다. 건물 입구 앞에도 상점 10여 곳이 문을 열고 영업을 시작했다. 수산물을 파는 김정수 씨(43)는 “시장 중심에 자리한 새 건물을 보면 든든한 가족을 둔 기분”이라며 “2지구가 번창하면 서문시장 전체가 쑥쑥 자라지 않겠느냐”고 했다.

김영오 서문시장 상가연합회장(59)은 “신축 건물이 생긴 것만으로 추석 손님이 늘고 시장에 활기가 돌고 있다”며 “서문시장 전체가 새롭게 변화하는 계기가 되도록 상인들의 머리와 마음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부성상회#서정훈#서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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