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사協 “자정선언 지지” 성명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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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의사들 대표단체 “잘못된 관행은 길게 못 가… 일부의사들 반발 설득할것”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의 모임인 대한병원의사협의회(병의협)가 17일 대한의사협회의 의사윤리 자정선언을 지지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의협회원 11만 명 중에서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가 4만 명 정도여서 자정 움직임이 의료계에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병의협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의사 사회의 뼈아픈 자기반성과 자정 선언을 적극 지지한다. 의사들은 환자의 생명을 다루기 때문에 마땅히 남다른 고도의 윤리의식을 지녀야 한다. 높은 수준의 윤리가 바탕이 돼야 궁극적으로 환자의 질병이 치료되고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지 이유를 설명했다.

병의협은 병원에 취업한 의사를 대표하는 단체다.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때 발족했다. 당시 대한전공의협의회와 함께 가장 강력하게 의료계 주장을 펼쳤지만 그 후 10여 년간 실질적 활동이 없었다. 7월에 재발족하면서 보건의료정책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영기 병의협 회장(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일부 의사들이 자정선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선언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노환규 의협 회장이 먼저 나서 부도덕한 진료 관행이나 로봇수술에 대해 언급한 점과 관련해서도 “일부 소수의 사례를 들어 대다수 의사를 부도덕한 사람들로 몰아붙였다”며 거세가 반발하는 의사들도 적지 않다고 했다.

▶“일부 의사 돈벌이 혈안 마구잡이 미검증 시술”
▶노환규 의협회장 “사망률 80%인 로봇수술 강행하기도”

그러나 정 회장은 이런 반발에 대해 “핑계를 대면 끝이 없다”고 말했다. 자정선언에 반대하는 의사들이 “우리가 처음부터 그랬느냐. 잘못된 의료제도가 더 큰 원인이다”라고 말하지만 사실상 변명이며 자기 합리화라는 것이다.

그는 “의사들이 솔직하게 과오를 인정하지 않아도 당장은 현 관행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길게 갈 수는 없다. 이대로 가면 상업화된 의료만 남게 된다”고 말했다. 지금이라도 겸허하게 인정하고 반성을 해야 환자와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병의협의 선언으로 의사들의 자정 운동에 탄력이 붙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자정선언을 놓고 불거진 의료계 내부의 불협화음은 당분간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내부 반발을 설득하면서 자정 운동을 계속 진행해 나가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옳은 방향이기 때문에 앞으로 확산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학병원 의사들은 아직까지는 관망하는 분위기다.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 지지 선언에 동참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A대학병원의 교수는 “진료과목이나 병원 내 보직에 따라서도 입장이 갈린다. 자정선언에 대해 국민에게 대놓고 의사 이미지를 깎는 행위라고 비판하는 교수도 있지만 의협 행보에 동조하면서도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는 교수들도 있다”고 말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병원의사협의회#자정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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