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아버지 경험 공개해 아들 호기심 끌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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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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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인 음란물 자녀 교육법

얼마 전 고교 교사인 A 씨(46·인천 남동구)는 아내로부터 한 가지 제안을 들었다. 각각 고2, 중2인 두 아들에게 음란물의 문제점을 알려주는 교육을 하자는 것. 최근 음란물에 중독된 남고생이 여성을 성폭행하는 일이 생기는 등 음란물로 인한 사회문제가 심각해지자 두 아들에게도 교육을 해두는 게 필요하겠다고 느낀 것. 하지만 평소 아들에게 성(性)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본 경험이 거의 없던 A 씨는 대화를 시도하지 못했다.

A 씨처럼 아들에게 음란물에 대한 교육을 해보려 해도 어떤 내용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몰라 막막해하는 학부모가 많다.

이현숙 탁틴내일 청소년성문화센터 상임대표, 신영철 경기 성남방송고 체육교사(사단법인 푸른아우성 책임상담위원) 등 성교육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아버지가 아들에게 해줄 수 있는 현실적인 음란물 교육법을 소개한다.

○ 민감한 성(性) 이야기… 시작은 이렇게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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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란물을 화제로 꺼낼 때는 아들의 수치심은 잠재우고 성적 호기심은 최대한 끌어내는 게 첫 번째 관문. 아들의 음란물 시청 유형과 빈도 등을 캐묻는 것은 피해야 한다.

신 교사는 아버지가 먼저 ‘빗장’을 풀 것을 제안한다. 아버지가 청소년 시기에 음란물을 본 경험을 공개하면서 아들과 공감대 형성을 시도해 보라는 것. 예를 들어 “아버지도 친구들끼리 포르노 잡지 한 장을 놓고 쟁탈전을 벌였지”라고 에피소드를 말해보는 식이다.

대화 타이밍과 장소도 중요하다. 아들과 단둘이 차를 타고 장거리를 이동하거나 등산·산책을 즐기다가 슬며시 이야기를 꺼내보는 게 좋다.

이 대표는 아버지와 아들이 신체를 자연스럽게 보게 되는 대중목욕탕을 이용할 것을 권한다. 성장한 아들의 성기에 대해 “너도 이제 어른이 됐다”고 인정해 주면서 성적 욕구와 해소법에 대해 이야기를 유도하면 좋다.

○ “아들이 어떤 음란물을 좋아하는지부터 살펴라”

음란물에 대한 교육은 ‘이제부터는 야동을 보지 마라’는 뻔한 메시지는 뒤로 미루고 먼저 아들이 어떤 종류의 음란물을 즐겨보는지, 얼마나 자주 보는지 등 실태를 면밀히 파악하는 게 우선. ‘어떤 야동을 자주 보느냐’는 직설적 질문을 던지기보다는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음란물의 유형과 장면들을 두루 언급하면서 아들의 반응을 확인해 가늠해 봐야 한다.

○ 음란물 보는 아들, ‘성욕 통제능력’ 따져봐야

사춘기 남학생들은 음란물에서 접한 장면으로 실제 남녀의 성관계를 상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음란물에서 일어나는 격렬한 동작과 반응, 장시간 성관계를 지속하는 모습, 성 보조도구를 사용하는 모습 등은 모두 성적 흥분을 자극하기 위해 연출한 것일 뿐 현실과는 큰 차이가 있음을 짚어주어야 한다.

이 대표는 “성폭행 상황처럼 남자가 여성에게 일방적으로 격렬한 성관계를 시도할 경우 여성은 쾌감은커녕 극심한 고통을 느끼며 심한 경우 생식기에 상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주지시켜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편 전문가들은 음란물의 폐해를 알리는 것 못지않게 아들이 성욕을 통제하는 능력을 지녔는지를 체크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아들이 음란물을 보기 시작하자마자 자위행위를 하지는 않는지 확인해 보는 것. 아들이 성욕을 참아내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된다면 ‘음란물을 보더라도 동시에 자위행위를 하는 일은 일단 참아보자’라는 식으로 유도하며 이를 실천하게 한다면 아들의 성욕 통제능력을 조금씩 키워줄 수 있다고 신 교사는 조언했다.

이강훈 기자 ygh8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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