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폭우, 오른쪽 강풍…태풍 ‘덴빈’의 두 얼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30일 16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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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라벤이 끌어내린 한기 만나 곳곳 집중호우
비바람에 안전한 왼쪽만 '물폭탄' 이례적

제14호 태풍 '덴빈(TEMBIN)'은 이틀 전 '볼라벤(BOLAVEN)'과는 달리 가는 곳마다 엄청난 폭우를 쏟아냈다. 볼라벤이 우리나라를 지나가면서 큰 비가 내리기 쉬운 조건을 만들어놨기 때문이다.

30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덴빈이 뿌린 집중호우는 우리나라 북서쪽 상층에서 바짝 다가온 찬 공기와 덴빈이 품고 있는 따뜻한 수증기가 부딪치면서 내렸다.

볼라벤은 역대 5위의 강력한 바람을 몰아쳤지만 이렇게 비를 많이 뿌릴 만한 요인이 없어 '마른 태풍'이라는 별명을 얻고 북한으로 넘어갔다.

그러나 볼라벤은 엄청난 강풍으로 한반도 주변의 기압 배치를 뒤흔들어 놓았다.

볼라벤의 주변에서 중심을 향해 반시계 방향으로 공기가 빨려 들어가면서 북서쪽에 머무르던 차고 건조한 대륙 고기압은 남쪽으로, 건너편 북태평양 고기압은 북쪽으로 이동했다.

볼라벤이 빠져나가면서 만들어진 '태풍 길'을 따라 북상한 덴빈은 볼라벤 때보다 한층 가까워진 상층 한기와 계속 부딪치며 집중호우를 쏟고 있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덴빈은 오후 4시 현재 중심기압 992헥토파스칼(hPa)에 최대풍속 초속 23m의 약한 소형 태풍으로 전락했는데도 여전히 충청도 일부 지역에 시간당 50㎜ 안팎의 장대비를 뿌리고 있다.

이런 기압배치 때문에 진행방향 오른쪽에 비바람이 강한 일반적인 태풍과 달리 덴빈은 오른쪽에는 강풍을, 왼쪽에는 폭우를 만들어내고 있다.

시간당 75㎜의 기록적 폭우가 쏟아진 진도의 경우 코앞까지 접근한 덴빈이 갑자기 진로를 동쪽으로 약간 틀면서 물폭탄을 맞았다.

태풍으로서 일생을 시작한 19일부터 현재까지 덴빈의 운명이 볼라벤에 의해 결정된 것은 이날뿐만이 아니다.

덴빈은 대만 동쪽 해상에서 북진하던 지난 22일 볼라벤의 강력한 힘에 튕겨져 나가 이동경로를 서쪽으로 90도 바꿀 수밖에 없었다.

덴빈은 대만 남쪽 해상에서 반시계 방향으로 한바퀴 회전하며 볼라벤이 먼저 북상하기만을 엿새 동안 기다리는 '수모'를 당했다.

그러나 이 덕분에 덴빈은 이날까지 12일째 태풍으로서 힘을 유지하면서 올해 들어 발생한 태풍 15개 가운데 '최장수 태풍'으로 기록되고 있다.

덴빈은 31일이나 다음달 1일 온대 저기압으로 소멸하면서 태풍으로서 일생을 마감할 전망이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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