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동서남북]자리싸움에 제구실 못하는 지방의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대전 충남 일부 기초의회가 자리싸움으로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후반기 임기 시작 두 달이 지나도록 원 구성을 하지 못한 곳이 있고 구성했어도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곳도 있다. 그러다보니 발의한 조례 처리는 물론이고 추경예산 심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충남 아산시의회가 대표적이다. 아산시의회는 7월 초 후반기 의장단 선거에서 새누리당과 선진통일당이 전반기와 같이 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 3석을 모두 차지했다. 전체 의원 14명 중 민주통합당 소속 6명을 제외한 8명 중 5명이 감투를 썼다. 민주당에는 한 석도 배정하지 않았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이에 반발해 27일 열린 제157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 아예 참석조차 하지 않았다. 아산시의회는 이번 임시회의에서 ‘아산시 아동 여성 보호에 관한 조례안’ 등 18건을 처리해야 하지만 이런 분위기라면 처리가 불투명하다. 김응규 아산시의장은 “의정활동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지만 대화와 타협의 노력을 기울였는지 의심스럽다.

올해 초부터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구속 중)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아산시청 전 시장, 국장, 과장, 계장 등이 줄줄이 구속된 데 이어 집행부를 감시해야 할 의회마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대전 유성구의회는 ‘의장 2명’이라는 기이한 상황이 됐다. 윤주봉 의장이 6월 의장 선거 과정에서 지킬 수 없는 약속을 남발한 것을 놓고 의원들이 윤 의장을 불신임했고 새 의장과 상임위를 구성한 게 발단이었다. 윤 의장은 법원에 불신임안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내 의장직에 복귀했고 곧 이어 신임 의장과 상임위 효력정지 가처분신청도 냈다. 추경예산안 등을 처리해야 하나 상임위 활동이 중지돼 예결특위를 구성조차 못했다.

유성구의회의 한 의원은 “의회에 나가도 할 일이 없다. 공무원들 보기도 민망하다”고 말했다. 구청 간부도 “파행이 계속되면 내년도 본 예산안 처리도 힘들 것”이라며 걱정했다. 이러니 주민들의 지방의회 외면은 깊어지고 지방자치 무용론이 힘을 얻어 가는 것 아닐까.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