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할퀸 태풍 볼라벤, 비보다 강풍이 무서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8일 14시 14분


코멘트

호남 위로는 강우량 미미해 침수피해 적어
바람>비 유형, 2000년 발생한 프라피룬과 유사

사상 5번째로 강한 바람을 몰고 온 초강력 태풍 볼라벤(BOLAVEN)이 전국을 할퀴고 있다.

28일 오전 전북 완주군 삼례읍 모 아파트 주차장에서 경비원 박모 씨(48)가 강풍에 날린 컨테이너 박스에 깔려 숨졌다.

이날 낮 광주 서구 유덕동에서는 임모 씨(89·여)가 집을 덮친 벽돌더미와 무너진 지붕에 깔린 채 발견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충남 서천군, 전남 목포시 대양동, 영광군 법성면에서도 추락과 무너진 담에 깔리는 사고로 1명씩 숨졌다.

완도군 완도읍 망남리 앞 해상 전복 가두리 양식장 35ha가 완전히 파손되는 등 수산 양식장과 과수원, 시설 하우스 등에서도 강풍 피해가 발생했다.

강한 바람은 전기·통신시설도 마비시켰다.

오전 10시 현재 전국에서 214건의 정전이 발생, 71만2024호가 5분 이상 전기 공급이 끊겼다. 정전가구는 20만 가구에 육박했다.

이동통신 기지국 17곳에 전력 공급이 끊기고 7곳은 전송로가 단선돼 이동통신, 초고속 인터넷, 일반전화 등 장애가 잇따랐다.

이처럼 호우보다 강풍의 위력을 선보인 볼라벤은 2000년 큰 피해를 줬던 '프라피룬'(PRAPIROON·태풍센터 등재명은 쁘라삐룬)과 유사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 태풍에서 완도에서 기록한 순간 최대풍속은 국내에서 태풍이 일으킨 바람 가운데 다섯 번째로 강한 초속 51.8m였다.

2000년 8월 23일~9월 1일 발생한 프라피룬은 흑산도에서 역대 2위인 초속 58.3m의 바람을 일으켰다. 역대 1위는 2003년 9월 12일 '매미' 때 제주에서 기록한 초속 60.0m이다.

볼라벤과 프라피룬은 서해를 따라 북진, 일반적으로 진행 방향의 오른쪽이 '위험반원'인 태풍의 특성상 큰 피해를 안겼다.

프라피룬은 역대 7위인 2520억 원의 재산피해를 남겼으며 볼라벤도 현재로선 피해규모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태풍이 북진하면서 많은 비를 내리지 않은 것은 그나마 위안거리다. 침수피해를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역대 가장 많은 재산피해가 난 태풍은 2002년 루사(5조1400여억 원), 매미(4조2200여 억원), 올가(1조400여억 원) 등이었다.

모두 강풍과 함께 엄청난 양의 비를 동반한 태풍이었다.

루사 때는 강릉의 일 강수량이 870.5㎜(태풍 통과 시 일 최다 강수량 1위)를 기록했으며 매미는 남해에 하루 동안 410㎜(6위)의 비를 뿌렸다. 올가 때는 동두천에 377.5㎜(9위)의 비가 왔다.

태풍 통과 시 최대순간 풍속 순위에서도 매미는 1위, 루사는 3위에 랭크됐다.

그러나 이번 태풍 기간에는 다행히 제주, 호남 외 지역의 강우량이 많지 않았다.

이날 오후 4시 현재 태풍 상륙 기간 제주와 전남 지역의 강우량은 윗세오름 746㎜, 어리목 580.5㎜, 지리산 성삼재 245㎜, 강진 216㎜ 등을 기록했지만 일부 산간을 제외한 전북 지역부터는 크게 떨어졌다.

전주 11.5㎜, 대전 57㎜, 청주 4.5㎜, 충주 14.5㎜를 기록했으며 경기 지역도 10㎜ 안팎에 불과했다.

비구름이 남쪽에서 에너지를 많이 쏟았고 태풍이 방향을 바꾸면서 진행속도가 빨라진 영향이라고 기상청은 분석했다.

광주지방기상청의 한 관계자는 "보통 태풍이라 하면 시간당 50㎜ 이상 비가 퍼붓는 상황을 떠올리곤 하는데 볼라벤은 중부 지방부터는 다행히 많은 비를 뿌리지 않았다"며 "발생시기, 중심기압, 진로, 바람의 세기 등에서 프라피룬이 볼라벤의 비교 모델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