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쉿, 북촌 한옥 멋있어도 감탄은 속으로만”

  • Array
  • 입력 2012년 8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 관광객 5년새 27배로 늘어 주민 소음민원도 급증

서울 종로구 북촌한옥마을에서 경관이 뛰어난 북촌8경 관광 안내도. 서울시는 한옥주거지역인 가회동 11, 31번지 일대(지도 표시 부분)에서 침묵관광을 시행하고 있다. 종로구 제공
서울 종로구 북촌한옥마을에서 경관이 뛰어난 북촌8경 관광 안내도. 서울시는 한옥주거지
역인 가회동 11, 31번지 일대(지도 표시 부분)에서 침묵관광을 시행하고 있다. 종로구 제공
8년째 서울 종로구 가회동 북촌한옥마을에 사는 안모 씨(63)는 몇 년 전부터 집 근처에 몰려드는 관광객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옥마을을 구경하러 온 외국인 관광객이 자신의 집 대문을 열고 들어와 마당에서 사진을 찍는가 하면,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시끄럽게 웃고 떠드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 것. 원래 한적한 동네라 대문을 열어놓고 사는 데 익숙했던 주민들은 문을 꽁꽁 걸어 잠그기 시작했고, 방범보안 업체 경비시스템을 설치하는 집까지 생겼다.

○ 쉿! 조용히 구경하는 침묵관광

21일 몰려든 관광객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서울 종로구 가회동 북촌 한옥마을에 ‘침묵 관광’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21일 몰려든 관광객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서울 종로구 가회동 북촌 한옥마을에 ‘침묵 관광’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북촌한옥마을을 찾은 관광객은 2006년 1만3000여 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34만8000여 명에 달했다. 5년 만에 27배로 불어난 셈. 지난달 말까지 이곳을 찾은 관광객은 벌써 28만8000명을 넘어섰다. 이처럼 북촌한옥마을 일대 관광객이 늘어나 안 씨처럼 불편함을 호소하는 민원이 이어지자 서울시와 종로구는 올해 4월부터 이 일대 주민이 사는 곳에서는 소음을 자제하고 조용히 돌아보는 ‘침묵관광’을 도입했다.

시는 이곳을 찾는 관광객의 반 가까이가 외국인 단체 관광객인 점을 감안해 가회동 31번지와 33번지 등 주거지역을 돌아볼 때는 이들을 인솔하는 가이드가 확성기를 사용하지 않도록 했다. 관광객들에게는 이곳이 유적지가 아니라 주민의 실제 생활공간임을 알려주고 큰 소리로 떠들거나 열린 문틈 사이로 사진 촬영을 자제해 줄 것을 안내하고 있다. 시와 구는 가회동과 삼청동 일대 15곳에 침묵관광을 안내하는 표지판을 설치하고 북촌 내 관광안내요원들에게는 ‘소음 자제’ 홍보문구가 적힌 어깨띠를 두르고 다니도록 했다.

○ 북촌 8경 어디부터 가보면 좋을까


침묵관광을 도입할 정도로 북촌이 서울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자리 잡은 이유는 골목 구석구석에서 한옥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많아서다. 조선시대 집권세력 사대부가 모여 살던 곳이라 전형적인 양반 가옥들이 잘 보존돼 있다. 한옥숙박 체험을 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가 북촌에 30곳이나 모여 있을 정도다.

시는 북촌을 감상하기 좋은 8곳을 정해 ‘북촌 8경’ 사진촬영대를 바닥에 설치했다. 지하철 3호선 안국역 3번출구로 나와 창덕궁 삼거리에서 북쪽으로 이어진 창덕궁길을 따라 걷다 보면 가장 먼저 창덕궁이 눈에 들어온다. 북촌문화센터 옆 북촌길 언덕을 오르면 창덕궁 전경이 가장 잘 보이는 지점이 북촌1경이다. 창덕궁 돌담길을 따라가면 다다르는 골목 끝의 원서동 공방길이 북촌2경. 가회동 11번지의 북촌3경을 지나 가회동 31번지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북촌4경에 오르면 기와지붕이 넘실거리는 풍경을 볼 수 있다. 북촌5, 6경은 주거지역이라 최근 사진촬영대는 없앴지만 한옥 골목길을 따라 서울이 내려다보이는 풍경은 북촌의 백미로 꼽힌다. 마지막으로 화개길 북쪽에 있는 북촌8경에서 삼청동 길 아래로 인왕산과 북악산을 바라보면 한국의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북촌한옥마을의 자세한 관광 정보를 얻으려면 홈페이지(bukchon.seoul.go.kr)를 찾으면 된다. 문의 북촌문화센터 02-3707-8388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북촌 한옥마을#관광객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