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올림픽 메달에 깜짝 보너스… 월례회 대신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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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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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탈출 직원들에 달렸다… 지역 中企의 근로자 기 살리기 경영

크레텍책임 직원들이 최영수 대표가 깜짝 이벤트로 마련한 런던 올림픽 축구 동메달 축하 격려금을 받고 즐거워하고 있다. 크레텍책임 제공
크레텍책임 직원들이 최영수 대표가 깜짝 이벤트로 마련한 런던 올림픽 축구 동메달 축하 격려금을 받고 즐거워하고 있다. 크레텍책임 제공
“사장님, 정말 좋아요∼.”

대구지역 기업들이 ‘직원 기(氣)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1차 고객’인 직원들 마음부터 사로잡아 불황을 이겨내겠다는 의지. 내년에도 경제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면서 고객 이전에 직원 마음부터 잡는 것이 어려움을 이겨내는 첫 번째 방법이라는 생각에서다.

대구 중구 인교동에 있는 산업용 공구유통기업 ㈜크레텍책임 영업부에서 일하는 이서명 씨(24·여)는 최근 뜻밖의 선물에 감동했다. 런던 올림픽 축구 3, 4위전에서 한국이 일본을 이기고 동메달을 따자 보너스가 나온 것. 그는 “사장님의 ‘신난다. 상금 5만 원’이란 문자메시지를 받고 깜짝 놀랐다”며 “입사 3개월째지만 애사심이 많이 생기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번 보너스는 직원 500여 명에게 똑같이 5만 원씩 전달됐다. 최영수 대표(63)가 무더운 날씨에도 부지런히 일하는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어려운 상황에서도 2700여만 원으로 마련한 것이다.

최 대표는 올 1월에도 어려운 회사 사정에도 불구하고 맡은 책임을 다하는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아 주기 위해 격려금 5000만 원을 지급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당시 한국 대표팀이 16강 진출 목표를 달성하자 직원들에게 5만 원씩 지급하기도 했다. 2009년에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준우승과 5만 원권 신권 발행을 기념해 또 5만 원씩 총 5000여만 원을 지급했다.

최 대표는 특별한 날이 아니라도 직원들에게 ‘깜짝 선물’을 준다. 3월에는 서울 출장으로 동대구역에 들렀다가 맞이방의 미나리 판매장을 보고 500단을 구입해 전 직원에게 선물했다. 총무부 심현용 과장(39)은 “작은 선물이지만 무척 고맙게 느껴진다”며 “가족 같은 회사 분위기 덕분에 일할 맛이 더 난다”며 웃었다. 이 회사는 2년 마다 전 직원이 1박 2일 여행도 간다. 중소기업으로는 드물게 연말 성과급도 있다. 최 대표는 “직원들과 마음을 나누면 든든해지는 느낌”이라며 “직원들이 모두 국가대표 선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구백화점은 이달 8, 9일 협력업체 직원과 함께하는 맥주파티를 열었다. 백화점 옥상에서 연 파티는 최근 세일 기간 매출을 위해 노력한 직원들을 격려한 자리였다. 이 백화점의 월례회는 ‘어울림 축제’로 탈바꿈했다. 직원들이 진행하고 모델로 참여하는 패션쇼나 웃음특강, 오케스트라 초청 클래식 연주회 등으로 꾸민다. 구승본 이사(49)는 “유통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직원 만족도를 높이기가 우선 전략이 됐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은 최근 점장 사무실을 직원 생일 이벤트 장소로 바꿨다. 매월 둘째 주 금요일 저녁 해당 월 생일을 맞은 직원 40여 명을 초대해 선물과 케이크, 뷔페로 파티를 연다. 매달 첫째 금요일은 영화와 함께하는 조회 날로 정해 직원들이 모두 모여 영화를 즐긴다. 이번 주말에는 직원 가족을 초청해 직장 체험 행사를 갖는다.

홍성호 점장(50)은 “직원이 행복해야 고객에게도 정성이 담길 것”이라며 “직원과 마음을 나누는 다양한 행사를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대구#중소기업#깜짝 보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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