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폴투폴 코리아 북극연구체험단’에 선발돼 최근 북극체험을 다녀온 중고생들. 왼쪽부터 김남욱 군, 김현진 양, 안우혁 군, 서명지 양, 한영수 양, 신홍철 군, 윤한나 양, 김채원 양, 김준우 군.
숨 막히는 무더위가 이어지던 지난달 말, 지구에서 가장 추운 곳인 북극 땅을 밟고 서 있었던 한국의 중고생들이 있다. 극지연구소와 국립중앙과학관, 국립과천과학관 등이 공동 주관하는 ‘2012 폴투폴 코리아 북극연구체험단’에 선발돼 북극의 지형·생태연구를 체험하고 돌아온 중고생 9명이 그 주인공.
김준우 군(18·경기 고양외고 3학년), 서명지 양(18·서울 선일여고 3학년), 김남욱 군(17·경기 하남고 2학년), 윤한나 양(16·대전 대전과학고 1학년), 한영수 양(16·충남 북일고 1학년), 김채원 양(15·경기 성복중 3학년), 김현진 양(14·경북 성신여중 3학년), 신홍철 군(14·서울 한영중 2학년), 안우혁 군(13·대전외삼중 1학년)으로 구성된 체험단은 “세상의 끝에서 재미·공포·감동의 극한을 느끼고 왔다”고 했다. 이들의 ‘8박 9일 북극 스토리’를 들어봤다.
지난달 25일 노르웨이령 스발바르 제도 니올레슨에 도착한 북극연구체험단(이상 체험단)이 북극과 마주한 첫인상이다. 하지만 실망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우리나라 북극연구기지인 다산과학기지에 들어서자 체험단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북극은 그저 ‘낭만적’인 장소가 아니라, 세계 각국이 벌이는 치열한 극지 연구의 각축장이었던 것이다.
9개 국가의 극지연구기지가 모인 기지촌을 둘러보는 것으로 체험단의 활동이 시작됐다. 체험단을 가장 반갑게 맞아준 곳은 독일 기지. 체험단은 이곳에서 기상관측용 풍선을 오존층까지 올려 보내는 체험을 할 수 있었다. 관측용 풍선 띄우기는 통상 주 1회 이뤄지지만, 한영수 양 등 체험단은 독일 연구팀을 설득해 체험의 기회를 얻어냈다. 풍선에는 ‘독도는 우리 땅’ ‘재수하지 말자’처럼 간절한 저마다의 메시지도 써넣었다.
체험단이 가장 기다렸던 일정은 육상빙하 트레킹. 하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빙하 위를 걸으니 방향감각이 사라지면서 공포감이 밀려왔다.
“빙하 위를 걷다가 길을 잃었어요. 다급한 마음에 10m 높이의 빙벽을 기어오르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정말 위험한 행동이었어요. 하하.”(김현진 양)
보트를 타고 관찰한 해상에 떠다니는 빙하(유빙)는 신기함의 극치였다. 직접 건져 올린 유빙은 겹겹이 이루어져 수백만 년의 ‘나이’가 느껴졌다.
이들은 100 대 1이 넘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발된 미래 과학인재들이다. 중학생·고등학생 4명씩을 뽑는 북극연구체험단에 뽑히는 일은 ‘바늘구멍 통과하기’로 알려져 있다. 1차 서류전형과 2차 전형인 ‘도전! 북극탐험 골든벨’ 퀴즈대회를 통과한 뒤 3차 면접심사에서도 살아남은 8명만이 북극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다.
한편 서명지 양은 예상치 않게 북극체험의 기회를 얻은 경우. 지난해 12월 한국극지연구진흥회가 주관한 ‘제2회 전국학생극지논술공모전’에서 ‘극지의 자원 활용’을 주제로 한 글로 대상을 수상함으로써 공개 선발된 8명에 합류했다.
체험단은 북극여행에서 얻은 소득이 적지 않다고 했다. 막연했던 꿈에 확실한 이정표가 생겼다고 했다.
김준우 군은 “거대한 빙벽이 반나절 사이 무너져 없어지는 것을 보고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실감했다”며 “대학에서 인문계열 학문을 전공하더라도 그와는 별도로 지구환경을 살리는 방법을 계속 연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홍철 군은 “장래에 불치병 치료약을 연구하는 유전생물학자가 되고 싶은 꿈이 있었는데, 아직 미개척지에 속하는 극지의 식물을 연구해 새로운 치료제를 찾아보기로 마음먹었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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