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ㆍ여관생활’ 소녀 가정에 새 보금자리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15일 09시 31분


서울 중구 희망복지지원단, 후원자 연결

중학교 2학년인 미경(가명)이는 청각 3급 장애인으로, 일용직 노동자인 아빠, 동네 시장에서 품일을 하는 엄마와 같이 서울 중구 신당동 전셋방에 살았다.

하지만 미경이는 보증금 문제로 집을 비워달라는 집주인의 계속된 독촉에 늘 불안했고 설상가상으로 동네에서 알고 지내던 오빠에게 상습적으로 성추행까지 당했다.

다행히 학교 상담 중 성추행 사실이 알려져 성추행자는 기소됐지만 미경이네는 전셋집에서 쫓겨나 비좁은 여관 단칸방에서 생활하게 됐다.

월 50만원을 내야 해 생활은 더 어려워졌지만 엄마는 일을 그만 뒀다. 성추행에외상 스트레스를 받는 미경이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 여관에서마저 건물 리모델링을 이유로 방을 빨리 비워달라는 통보가 이어졌다. 월세 보증금도 마련하지 못하는 미경이네는 말 그대로 길거리에 나앉을 처지였다.

중구 희망복지지원단은 소식을 접하고 미경이네의 월세 보증금 마련을 위해 곳곳에 수소문한 결과 구의 독자적 사회안전망인 '드림하티 사업'에 참여한 개인 후원자를 찾을 수 있었다고 15일 밝혔다.

지원단 직원들은 미경이 엄마와 함께 월세 집을 구하러 다녔고 결국 신당동에 방 두칸짜리 월셋집을 마련할 수 있었다. 미경이네는 지난달 말 이사를 했다.

월세 보증금 300만원은 후원자가 지원하는 200만원과 미경이네 가족이 모아둔 100만원으로 충당했다.

작고 초라하지만 자신만의 공간을 갖게 된 미경이는 여관이라는 부적절한 환경과 심리적 불안에서 벗어나 안정된 생활을 하며 학교에 다니고 있다고 구는 전했다.

희망복지지원단은 또 일자리플러스센터를 통해 미경이의 엄마에게 조만간 일자리를 구해줄 예정이다.

미경이 엄마 강모씨는 "미경이를 훌륭하게 키워 어려운 환경에 있는 이들을 돕는 사람이 되도록 하겠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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