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火電, 우리땅에 안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10일 03시 00분


주민 반대시위 사업 차질… 장기 전력수급 차질 우려


지난달 20일 오전 강원도청 앞에서 동해 STX 화력발전소 건립 반대 집회가 열렸다. 동해시 대구·호현·내동 주민 40여 명은 “북평국가산업단지 내에 추진 중인 500MW급 발전설비 2기 규모의 화력발전소 건설에 반대한다”며 “강원도가 용도 변경을 불허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청정 해역과 빼어난 자연 경관이 훼손된다”며 “인근 지역 친환경 농산물이 오염돼 주민은 삶의 터전을 잃게 된다”고 주장했다.

폭염이 닥칠 때마다 전력난 비상이 걸리지만 전국 곳곳에서 추진 중인 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은 지역 주민의 반대로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들 사업은 정부가 2024년까지 추진 중인 제5차 전력수급 기본계획(2010∼2024년)에 반영된 사업과 제6차 전력수급 기본계획(2012∼2026년)에 반영되도록 민간이 추진 중인 사업이다. 사업이 무산되면 중장기 전력 수급에 차질이 우려된다.

대림산업 등이 강원 고성군 현내면 일원에 추진하고 있는 화력발전소도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닥쳤다. 마을별로 화전반대추진위원회를 결성하고 도로 곳곳에 반대 현수막과 깃발을 내거는 등 마을 전체가 시위장으로 변했다. 사업설명회는 주민 반대로 열리지 못했다. 전형근 현내면 배봉리 화전반대추진위원장은 “환경 파괴를 우려하는 주민 반대가 상당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경형 대림산업 고성 화력발전소 추진팀장은 “지식경제부 평가가 송전선로 여건과 지역 유치 의사에 따라 결정되는 만큼 주민 반대가 심하면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액화천연가스(LNG)복합 화력발전소 건설이 추진 중인 경기 동두천시는 주민들이 오세창 시장 주민소환운동을 벌일 정도로 반대가 심하다. 주민들은 지난달 4일 소환 청구 전 단계인 ‘소환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 교부를 신청했다.

경북 포항 화력발전소는 시의회의 반대로 사업 주체인 현대건설이 사업을 포기했다. 지난달 25일 시의회가 뒤늦게 유치결의안을 채택했지만 현대건설은 사업 의향서 제출 기한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사업 포기 의사를 시에 전달했다. 이 밖에 전남 해남과 충남 당진에 민자로 추진 중인 화력발전소는 찬반 주민이 갈리면서 ‘민-민 갈등’까지 발생하고 있다.

주민들은 환경오염뿐 아니라 발전소가 건설되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갈등문제연구소 조성배 박사는 “발전설비와 대형 송전선로로 인해 환경오염은 물론이고 전자파 피해 등 안전을 걱정하기 때문에 주민 반발이 나타나는 것”이라며 “정부와 업체가 금전적 지원이라는 근시안적 해결책이 아니라 지역 주민의 삶과 연계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도록 소통하고 송전선로 지하화처럼 실질적 대안을 제시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2010년 12월 발표된 정부의 제5차 전력수급 계획에 따르면 유연탄 화력발전소 15기(1만2090MW), LNG복합 화력발전소 19기(1만2236MW) 건설이 추진 중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착공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민 반대 등으로 사업이 지지부진하면 2년마다 평가를 통해 사업 추진 여부를 다시 결정한다”며 “사업 취소가 많아지면 장기 전력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동두천=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포항=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화력발전소#주민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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