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장비 입고 땀 뻘뻘 “목숨건 현장 이제야 실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해경 서장-총경 이상 간부 48명, 직접 무장하고 中어선 진압훈련

《 “불법조업 중인 중국어선 2척을 신속하게 나포하라.” 17일 오전 8시 반경 인천 중구 북성동 인천해경부두에서 약 2km 떨어진 해상에 정박하고 있는 3011함 조타실. 이강덕 해양경찰청장(51)이 무전기를 잡고 해상에 떠 있는 모든 경비함에 출동 명령을 내렸다. 3011함은 물론이고 인근 3001함과 1002함에 각각 탑재된 고속단정(중국어선 단속이나 인명구조 등에 사용하는 8∼12인승 보트) 6척이 동시에 바다에 내려지기 시작했다. 고속단정에는 진압복과 방검조끼를 입고, 전자충격총, 방패를 든 경찰관들이 나눠 탔다. 그런데 그들 대부분이 40, 50대의 중장년이다. 이들은 해경 본청에 근무하는 총경 이상 간부와 전국 15개 해양경찰서장 등 모두 48명의 간부들. 》

‘해양경찰 지휘관 불법조업 외국어선 단속 체험훈련’에서 해양경찰청 본청 간부와 전국 15개 해양경찰서 서장 등이 진압복을 입고 가상의 중국어선에 올라 불법조업 선원을 제압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인천=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해양경찰 지휘관 불법조업 외국어선 단속 체험훈련’에서 해양경찰청 본청 간부와 전국 15개 해양경찰서 서장 등이 진압복을 입고 가상의 중국어선에 올라 불법조업 선원을 제압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인천=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중국어선의 불법조업 가상 단속훈련에 해경 간부들이 총출동한 것이다. 이 청장은 1번 고속단정의 맨 앞좌석에 탄 채 중국어선으로 꾸민 훈련용 어선에 접근해 조타실을 장악하고, 선원들을 제압하는 나포조를 지휘하는 검색팀장을 맡았다. 이정근 경비안전국장(치안감) 등 경무관 이상 간부 5명도 검색팀장으로 고속단정에 올랐다. 나머지 간부들은 유탄발사기와 섬광탄, 채증장비 등을 휴대하고 나포조원으로 투입됐다.

모함(母艦)인 3011함에서 출발을 알리는 경적을 울리자 고속단정 6척은 동시에 시속 60km 속도로 중국어선 2척을 향해 일제히 내달렸다. 3001함에서 이륙한 헬기는 굉음을 내며 고속단정 상공을 맴돌며 호위했다. 1분여 만에 1km 거리에 떨어져 있던 중국어선의 10m 앞에 도착한 고속단정은 마이크로 정선 및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지만 중국 선원 역할을 맡은 해경대원들은 죽창과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일선 해경대원들이 평소 단속에서 겪었던 상황 그대로를 재연한 것이다. 해경이 각 고속단정에 설치된 물대포와 유탄발사기 등을 쏘자 중국 선원들은 잇달아 쓰러지면서 혼란에 빠졌다. 다음은 중국어선에 사다리를 걸쳐 놓고 올라가 선원들을 제압할 차례.

하지만 체중이 많이 나가는 일부 간부들은 파도에 사다리가 출렁거리는 통에 쩔쩔맸다. 5분여 뒤 중국어선에 모두 오른 간부들은 단속 매뉴얼에 따라 선원들을 제압한 뒤 모함으로 압송했다. 오상권 인천해양경찰서장(46)은 “훈련이기 때문에 중국어선을 쉽게 제압한 것이지 실제 단속 과정에서는 대규모로 선단을 이뤄 조직적으로 저항하기 때문에 살벌한 상황이 수시로 벌어진다”며 “무게가 12kg이나 되는 진압장비를 착용한 채 단속에 나서는 경비함 근무자들의 고충을 알게 된 만큼 부상 예방교육을 강화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훈련은 지난해 12월 불법조업 중국어선 나포 과정에서 이청호 경사가 순직한 지 7개월 가까이 지난 시점에 이뤄졌다. 1953년 내무부 치안국 소속으로 출범한 해경의 총경 이상 간부들이 고속단정에 몸을 싣고 훈련에 참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대규모 훈련이 매년 수차례 열렸지만 간부들은 경비함 조타실에서 훈련을 지휘하거나 이를 도왔을 뿐이다.

이날 간부들은 단속훈련뿐만 아니라 3011함 선상에서 ‘전국 해경 지휘관 회의’를 열었다. 간부들이 실적에만 매달려 사무실에서 전화나 무전기로 경비함에 단속 지시만 할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단속에 나서는 경찰관의 고된 업무를 직접 체험해 보라는 게 이날 훈련의 취지였다. 2000년 이후 해경이 특별 채용한 고시 출신 및 일반 경찰 출신 간부들 가운데는 행정업무를 다루는 부서에서 줄곧 근무하다 보니 중국어선 단속 현장을 경험하지 못한 간부가 많았다. 명색이 해경이지만 고속단정을 이날까지 한 번도 타보지 않은 간부가 있을 정도. 훈련이 끝난 뒤 이들은 자신의 근무지로 돌아가 경찰관들의 의견을 모아 효율적 중국어선 단속법과 합리적 지휘체계 수립방안 등을 1건 이상씩 발굴해 다음 지휘관 회의에서 발표하기로 했다. 이 청장은 “해경의 정당한 단속에 흉기를 들고 극렬 저항하는 중국어선에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첨단 진압장비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경 3011함=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채널A 영상] “불법조업 꼼짝마!” 1000톤 경비함 ‘한강1호’ 부활


#중국어선#불법조업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