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먼지 가득한 영종하늘도시 인천 영종하늘도시는 입주를 한 달 앞둔 9일에도 여전히 흙빛이었다. 공사가 끝나지 않은 아파트 20층에선 가로등 없는 벌판과 공사중인 도로만 내려다보였다. 인천=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섭씨 30도를 웃돌던 9일 낮 인천 중구 중산동 ‘영종하늘도시’. 공사 중인 아파트 20층에서 내다본 모습은 하늘도시가 아니라 흙먼지만 날리는 벌판이었다. 곳곳에 덩그렇게 솟은 아파트 몇 채가 이곳이 주거지라는 걸 나타냈다.
하늘도시를 가로질러 흘러야 할 인공 실개천은 굴착기가 긁고 지나간 흔적만 남았다. 숲이 조성돼야 할 자리에는 머리에 수건을 덮어쓴 아주머니들이 군데군데 잔디를 심고 있을 뿐이었다. 이곳에서 다음 달부터 사람이 살 수 있을까.
영종하늘도시는 8월 초 ‘동보노빌리티’ 585채를 시작으로 내년 1월까지 1만405채가 입주한다. 4만여 명이 살 곳에 주민 시설이라고는 학교 한 곳뿐. 가로등도 없어 밤이 되면 암흑으로 바뀐다. 주민들은 항의하고 화를 내는 데도 지쳤다. ○ 흙빛 하늘도시, 인근 ‘미단시티’와 대조
하늘도시와 함께 인천 중구의 양대(兩大) 미래단지로 꼽히는 ‘미단시티’. 자동차로 10분 거리인 이곳은 첫눈에도 산뜻했다. 입구부터 가지런히 가로등이 자리 잡았고 공원과 산책로는 어느 신도시에 못지않았다.
버스정류장은 세련된 디자인이 돋보였고 옆으로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시원하게 뻗어 있었다. 아파트만 들어서면 바로 입주해도 괜찮을 듯했다.
깔끔하게 단장한 미단시티 영종하늘도시에 이어 찾은 인근 ‘미단시티’는 도로와 공원 조성이 완료돼 있었다.미단시티는 중국계 자본 ‘리포그룹’이 인천도시개발공사와 개발하는 복합레저단지다. 2011년 11월 기반 조성공사를 마쳤고 올 4월에는 미단시티에 한중 합작 연구개발(R&D)센터 조성이 사실상 확정됐다. 외국인학교도 들어설 예정이다.
해외자본을 유치해 하늘도시에 조성하려던 쇼핑단지 ‘밀라노시티’와 공연·예술단지 ‘영종브로드웨이’ 등 사업은 이미 무산됐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미단시티는 기반 시설을 조성한 뒤 아파트나 각종 시설을 유치하는 반면에 하늘도시는 아파트 주민 수를 내세워 상업용지를 팔 계획이었던 게 두 곳의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 속 타는 입주민 “사기 당한 기분”
경기 고양시에 사는 문모 씨는 뇌출혈로 고생하신 부모님과 함께 살려고 하늘도시의 아파트 두 채를 샀다. ‘바다가 보이는 곳에 살고 싶다’는 부모님의 바람 때문이었다. 단지 내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의 존스홉킨스병원 분원이 들어설 예정이라는 말에 입주 결심을 굳혔다.
그는 부모님이 살게 될 집은 바다가 보이는 곳에, 자신이 살 집은 그곳에서 500m 떨어진 곳으로 계약했다. 문 씨는 입주를 앞두고 “사기당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부모님께 응급상황이 생기면 찾을 병원이 없기 때문이다. 병원에 가려면 인근 공항 신도시까지 차를 타고 20분 가까이 달려야 할 판이다.
이순우 입주민협의회 총무는 “기본적인 의료시설도 없고 그나마 인근 신도시로 연결할 도로조차 완공하지 않았다”며 “이런 마당에 입주를 하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입주 예정자들은 지난해 11월부터 하늘도시에 아파트를 지은 6개 건설사를 대상으로 소송을 벌이고 있다. 정기윤 입주민협의회 회장은 “약속했던 제3연륙교는커녕 생활기반시설조차 갖춰지지 않았다”며 “건설업체들이 허위과장 광고를 한 셈”이라고 밝혔다.
입주민협의회는 8월 입주를 미루기 위해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아파트 사용승인 보류를 건의한 상태다. 사용승인이 미뤄지면 입주예정일도 늦춰지게 된다.
○ 입주민-LH, 성과 없는 회의만 20여 차례
하늘도시 입주민협의회는 2010년 4월 이후 단지 기반조성공사 문제를 놓고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20여 차례 회의를 가졌다. 이달 10일에는 LH와 하늘도시 아파트 건설사,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등의 담당자가 간담회를 갖고 실랑이를 벌였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정기윤 회장은 “LH가 기반시설 완공 일정을 제대로 밝히지 않아 ‘배 째란 식이냐?’고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LH는 당초 하늘도시에서 인근 운서역을 잇는 8차로 영종대로를 올해 6월 30일까지 완공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지금도 공사가 진행 중이다.
LH는 “당초 입주시기로 정했던 7월 말까지는 완공할 것”이라며 “가로등도 입주할 때까지는 세울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곳에 아파트를 지은 건설업체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하늘도시에서 가장 먼저 입주할 ‘동보노빌리티’ 시공사인 동보주택건설의 강진원 전무는 “아파트 빼고는 갖춰진 시설이 없어 입주민들의 원성을 감당하기 힘들다”며 “당장 쓰레기 처리시설조차 없어 초기 입주민들이 불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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