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서울시 “본거지 위장등록” 리스車회사 9곳에 2690억 과징금 왜?

  • 동아일보

車 등록세 싼 지방에 ‘원정 등록’… 市 “서울 영업… 세금 다시 내라”

“얼마 전까지는 정부가 차량 등록지 지방 이전을 묵인하다가 이젠 불법이라며 세금을 다시 내라니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합니까.”

서울 강남구에 본점을 둔 한 자동차 리스업체 관계자는 11일 서울시의 취득세 추징 발표를 보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시는 이날 서울에 본사를 두고도 지방에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 자동차 사용지로 위장 신고해 5000억 원대 채권 매입 부담을 피한 9개 자동차 리스업체에 차량 취득세와 지방교육세 등 2690억 원을 추징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5년간 허위사업장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차량을 등록한 4만5000대 분의 세금을 받아 내겠다는 것이다.

난데없이 ‘세금폭탄’을 맞게 된 리스업체들은 세금을 탈루한 것은 아니다. 다만 실제 차량이 운행되는 서울이 아닌 경남 창원시나 함양군 등에 세금을 냈을 뿐이다. 이들은 왜 서울이 아닌 경남에 세금을 냈을까.

○ 편법 장려한 정부

리스 차량 ‘원정 등록’은 2005년 ‘전국 번호판’ 제도가 시행되면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경남도는 차량 등록 시 의무적으로 사야 하는 공채매입액 비율을 서울(차량가액의 20%)의 4분의 1정도인 5∼7%로 낮췄다. 등록 비용을 아끼려는 리스 업체와 부족한 세수를 차량 등록 시 내도록 돼 있는 취득세·지방교육세 등으로 메우려는 지자체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전국 리스업체들이 창원이나 함양 등지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행정안전부는 이 과정에서 편법을 제지하는 대신 오히려 장려했다. 행안부는 지난해 말 ‘세원 발굴’ 공로로 경남도를 ‘지방세정 발전분야’ 평가 우수기관으로 선정해 기관 표창을 줬다. 행안부 묵인 아래 경남도 내 지자체들이 이렇게 리스차량 등록세로 거둬들인 돈이 지난해에만 모두 2810억 원이다.

○ 제 몫 찾기에 나선 서울시


하지만 올 초 제주도가 취득세를 낮춰 리스차량을 유치하겠다고 나서고 이에 다른 지자체들이 반발하는 등 갈등이 심각해지자 행안부는 뒤늦게 칼을 뽑아들었다. 행안부는 지방세법을 개정해 리스 자동차는 취득세와 자동차세를 리스회사 본거지가 아닌 리스 차량 이용자(고객)의 사용본거지(주소지) 관할 지자체에 납부하도록 하는 지방세법 개정안을 11일 입법 예고했다. 또 자동차 취득세를 탄력세율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 전국적으로 세율이 같아지도록 했다.

행안부가 내세운 논리는 두 가지. 세율 인하 경쟁 때문에 지방세 총액이 줄어드는 것을 막겠다는 것과 ‘응익주의(應益主義) 원칙’(과세 부담의 공평을 위해 과세 기준을 개인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받는 이익에 둬야 한다는 원칙)이다. 그렇다면 왜 행안부는 그동안 이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까. 행안부 관계자는 “경남도내 지자체가 그렇게 세금을 벌어들이는지 몰랐다”며 “올 초 제주도가 취득세율을 낮춰 논란이 된 다음에야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 전전긍긍하는 지자체들

행안부의 법 개정에 발맞춰 서울시는 리스업체들에 대해 ‘다른 지자체에 낸 세금을 서울시로 다시 내라’며 최후통첩을 했다. 이에 대해 리스업체들은 시가 추징금을 부과하면 조세심판원에 이의 제기를 하고 행정소송도 불사하기로 했다. 다른 지역의 리스 차량 등록으로 짭짤한 세수를 올리던 창원시와 함양군 등은 그동안 받았던 세금을 고스란히 돌려줘야 할 처지에 놓이자 전전긍긍하고 있다. 함양군 관계자는 “서울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 지자체가 공동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pjw@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차량 위장등록#등록세#과징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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