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가르쳐 줄게” 몸 더듬는 사장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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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내 성희롱 피해 여성 입사1년 미만이 55% 최다

작은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는 A 씨(27·여)는 2개월의 수습기간을 거쳐 정규직으로 임용됐다. 사장은 A 씨에게 일을 가르쳐준다는 명목으로 자주 옆에 앉았다. 그러고는 상습적으로 어깨를 주무르거나 허벅지를 만졌다. 심지어는 속옷 디자인 사진을 보여주며 “저런 팬티는 네가 입어야 잘 어울릴 것 같다” “너는 얼굴도 되고 몸매도 되니 네가 입는 게 낫겠다”는 말까지 했다.

회식 자리에선 더 심해졌다. 사장은 A 씨를 껴안거나 뽀뽀를 하기도 했다. 거래처와의 회식을 앞두고선 “못생긴 B는 안 데려가도 예쁜 너는 꼭 데려가겠다”고 말했다. A 씨는 사장의 성희롱을 거부도 했고 불쾌하다는 의사도 표시했지만 상습적인 성희롱은 끊이지 않았다.

A 씨처럼 직장에서 일어난 성희롱은 지난해 264건이었다. 한국여성노동자회가 제17회 여성주간(1∼7일)을 맞아 전국 9개 평등의전화 상담소에 접수된 통계를 취합한 결과다. 성희롱은 미혼(56.4%), 그리고 입사한 지 1년 미만(54.7%)인 직원이 가장 많이 당했다. 또 3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68.2%)에서 사무종사자(47%)에게 주로 발생했다.

가해자는 상사(54.5%)나 사장(33.3%) 순으로 많았다. 특히 가해자 가운데 사장의 비율이 2009년(21%)에 비해 12.3%포인트나 높아졌다. 여성노동자회는 “사장과의 접촉이 비교적 빈번한 소규모 직장에 다니는 직원이 많이 상담한 결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여성노동자회는 “직장 내 성희롱은 업무와 관련해 발생하므로 산업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러나 절차가 복잡하고 기준이 모호해 실제 산재로 인정받긴 어렵다”며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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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내 성희롱#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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