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웠습니다… 참수리호 태극기도 붉은악마 태극기와 같은데 잊혀지는 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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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연평해전 영화 만드는 김학순 감독

“제2연평해전을 치른 참수리호에 걸려 있던 태극기도 ‘붉은 전사’ 함성이 가득한 시청 앞에서 나부끼던 것과 똑같은 태극기인데 쉽게 잊혀지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29일 발발한 지 10년이 되는 제2연평해전을 다룰 영화 ‘연평해전’의 김학순 감독(서강대 영상대학원장)은 영화 제작에 나선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27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김 감독은 영화 제작에 착수하기까지 겪은 우여곡절과 영화화를 결심한 계기를 자세히 털어놨다. 김 감독이 영화 ‘연평해전’ 제작과 관련해 언론과 인터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화 ‘연평해전’이 김 감독의 기획 노트에 처음 오른 것은 2006년이었다. 장편 데뷔작 ‘비디오를 보는 남자’로 2003년 미국 휴스턴 국제영화제 등 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신인감독상을 받았지만 전쟁영화에 도전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해군 병장 출신인 김 감독은 뜻이 맞는 제작자들과 사전 준비 단계를 밟아갔다. 시나리오 작업은 2007년 출간된 최순조 작가의 동명소설 판권을 사들이면서 탄력을 받았다. 당시 여러 영화 제작사가 이 소설을 탐냈지만 최 작가는 김 감독의 의지와 열정을 보고는 그에게 판권을 넘겼다고 한다. 최 작가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상업성보다 많은 국민에게 우리 장병의 숭고한 희생을 알려야 한다는 뜻이 있었는데 그게 김 감독과 통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순조로웠던 영화 제작은 벽에 부닥쳤다. 영화 ‘친구’의 곽경택 감독과 ‘튜브’의 백운학 감독이 제2연평해전을 소재로 한 영화 제작 계획을 2009년 나란히 발표하며 투자가 분산됐다. 투자자 모집을 마무리할 즈음인 2010년에는 천안함 폭침 사건이 터지는 바람에 해군의 지원이 어려워지면서 제작이 무기한 연기됐다. 당시 6·25전쟁 60주년을 맞아 전쟁영화에 뛰어들었던 다른 제작사도 줄줄이 계획을 접어야 했다.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가 제작에 1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가 취소될 뻔한 일도 있었다. 영진위가 특별한 이유 없이 지원을 취소하겠다고 해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시나리오와 감독의 연출 역량이 뛰어나다”며 “영진위의 지원 대상 취소 결정이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갖은 어려움에도 영화 제작을 고집한 가장 큰 힘은 유가족에 대한 안타까움이었다. 김 감독은 유가족이 흘리는 눈물을 지켜보며 ‘나의 아내와 부모가 저들과 같은 상황이었다면 얼마나 비통할까’ 생각해 영화 제작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고 한다. 고 황도현 중사의 아버지 황은태 씨(65)는 “김 감독이 가족행사를 일일이 쫓아다니며 자료를 모으는 모습이 믿음직했다”고 말했다.

29일 10주기를 맞는 제2연평해전을 영화화하는 김학순 감독.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29일 10주기를 맞는 제2연평해전을 영화화하는 김학순 감독.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서강대 영상대학원장인 김 감독의 학교 작업실은 전투 장면을 생생하게 재구성하기 위해 수집한 자료로 가득 차 있었다. 김 감독은 당시 전투를 치른 참수리 375호의 세트를 정밀하게 만들기 위해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 전시된 고속정 모형의 제작자를 수소문 끝에 찾아가 설계 내용을 얻기도 했다. 해전을 경험한 생존자를 여러 차례 인터뷰한 것은 물론이고 해군 훈련 현장마다 따라다니며 함정 운용 장면을 스케치했다. 이렇게 모은 동영상 자료가 수백 시간 분량으로 방대해 김 감독은 다큐멘터리 제작도 병행하고 있다.

영화 ‘연평해전’은 제작비 60억 원 규모의 3차원(3D) 영화로 제작될 예정이다. 제작사 ‘로제타시네마’는 조연 배우 캐스팅을 마치고 주연 배우를 최종 선발하고 있다. 영화는 다음 달 말 촬영에 들어가 내년 3월경 개봉할 계획이다. 다큐멘터리 영화는 내년 하반기에 내놓는다. 김 감독은 “소리 없이 희생된 젊은이들을 더 많은 사람들이 기억할 수 있도록 6년간 공들인 작업을 제대로 마무리하겠다”고 다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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