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민간인보다 군인 편히 여겨… 北주민들, 빨리 통일되길 바라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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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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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체험기 펴낸 존 에버라드 前 평양주재 英대사

“(내가 경험한) 북한 체제는 매우 억압적이었습니다. (대사인데도) 북한 지도자들과 교류하는 것이 무척 힘들었습니다.”

2006년부터 2년 반 동안 평양주재 영국대사로 일한 존 에버라드 유엔 자문관(얼굴 사진)이 25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날 북한 체험기 ‘아름다운 것만을(Only Beautiful, Please·오른쪽 사진)’ 발간을 기념해 연구소에서 세미나를 가졌다.

에버라드 전 대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생전에 공식 행사에서 딱 한번 본 일이 있는데 아주 창백했다. 민간인보다는 군인을 더 편안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책에는 추운 겨울에도 굴뚝에서 연기가 나지 않는 마을 모습, 버스를 기다리기 위해 일사불란하게 줄을 지어선 주민들, 한 쌍의 남녀가 공원에서 몰래 데이트를 하는 모습, 카메라 앞에만 서면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지는 주민들의 모습 등을 찍은 사진들도 들어있다. 그는 “그동안 북한에 대한 이미지는 핵실험, 군사훈련, 북한 지도자의 숭배 등이 대부분인데 북한 주민들의 일상을 그대로 담은 것들”이라며 “북한 주민들도 한국인과 똑같은 보통 사람들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북한이 한정된 자원을 주민들의 굶주림을 달래는 데 쓰지 않고 비싼 핵실험에 지속적으로 투입하는 것은 매우 불쌍하고 애석한 일”이라며 “아이들이 영양실조에 걸려 있는데 국제사회가 지원한 식량이 군사용으로 쓰이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또 북한 체제의 미래와 관련해서는 “북한 주민들은 조국이 빨리 통일되기를 바라지만 한국에선 이런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것 같다. 독일 통일이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시점에 이뤄진 것과 마찬가지로 한반도 통일 또한 전혀 예측하지 못한 일련의 사건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과 관련해서는 “많은 돈을 썼지만 구체적인 성과는 없었다”고 평했다. 그는 “탈북자들이 늘어나는 것은 결코 놀랄 일이 아니다”며 “지금 많은 북한 주민들이 다른 나라에서의 삶이 더욱 윤택하다는 사실을 듣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m
#북한체험기#존 에버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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