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봉급을 제때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재정위기 상황에 몰린 인천시가 30일 현금 유동성 부족 탈출을 위한 긴급 대책을 발표했다. 우선 인천지하철 2호선 개통 시기를 2년 연기해 4000억 원가량의 현금 지출을 미루기로 했다. 또 우량자산에 속하는 자산을 매각해 1조2000억 원가량의 자금을 확보하기로 했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30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재정난 탈출을 위한 8개 항목을 약속했다.
송 시장은 2014년 아시아경기대회 관련 시설을 재정위기의 주원인으로 꼽았다. 특히 당초 2018년이었던 지하철 2호선 개통시기를 2014년 아시아경기에 맞추려고 4년 앞당기면서 현금 유동성 위기가 가중됐다는 것. 그는 “총 2조1644억 원이 투입되는 지하철 2호선 공기를 단축해 시가 지출할 경비가 2010년 300억 원, 2011년 1300억 원, 2012∼2014년 8600억 원이나 된다”며 “이런 재정 투입 탓에 시민을 위한 다른 일을 못할 정도”라고 토로했다.
인천시 부채 비율은 5월 현재 35.4%이지만 아시아경기장 건립을 위한 지방채를 발행하게 되면 40%를 넘길 수 있다. 정부가 정한 재정위기 지방자치단체 대상이 되는 것이다.
더구나 지방세 수입이 지난해보다 줄어 올해 말까지 세수결손이 4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시는 감사원 감사를 통해 지적된 분식결산 부족분 7000억 원을 메워야 한다. 결국 올해 안에 부채와 별도로 총 1조2500억 원을 확보해야 한다.
시는 결국 지하철 개통을 연기해 급한 불부터 끄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서구 연희동 아시아경기대회 주경기장을 지나는 인천지하철 2호선 개통이 늦춰지면 대회 진행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비해 주경기장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인 공항철도 청라역을 내년 6월 개통하도록 하고 서곳로∼청라지구 등 주경기장 주변 9개 노선의 도로를 조속히 완공하기로 했다.
송 시장은 아시아경기 준비에 대한 국가 지원금을 늘려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여수엑스포 준비를 위해 여수시는 한 푼도 쓰지 않았고,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준비를 위한 국가 지원율이 75%”라며 “인천 아시아경기에 대한 국가 지원율을 현재의 30%보다 높여주지 않으면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인천 시민단체들이 아시아올림픽평의회에 2014 아시아경기 반납을 요구하는 가운데 인천시도 대회 준비 포기 가능성을 시사했다. 송 시장은 “아시아경기는 반드시 치를 것이지만 평창 올림픽에 준하는 국가 지원이 없다면 대회 인수를 국가에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앙정부가 이를 거부할 경우 시의 뾰족한 대비책은 없다. 송 시장은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윤상현 의원(인천시당위원장), 민주통합당 신학용 의원(인천시당위원장 내정자)이 정부의 지원 확대에 노력하기로 약속했다”며 정치권을 통해 정부를 압박해 나가기로 했다.
시가 보유한 자산 매각도 곧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매각 협상이 진행 중인 자산은 송도국제도시 6·8공구와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이 운영되고 있는 인천고속버스터미널 용지다. 송 시장은 “터미널과 구월농산물도매시장 일대에 대한 복합개발 계획이 추진되고 있어 터미널용지와 송도 자산에 대한 관심이 높으며, 곧 매각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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