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우리학교 공부스타]서울맹학교 고등부 2학년 안제영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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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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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뛰어넘는 승부근성이 도전하는 자 만들었죠”

《서울시교육청은 10일 ‘2012 서울학생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서울학생상은 서울지역 초중고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창의·인성 △봉사·나눔 △자치·자율 등 3개 영역에 걸쳐 각 분야에서 공적이 뚜렷한 학생에게 준다. 즉, 단순히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아닌 창의적이고 진취적인 활동을 자기 주도적으로 한 학생에게 상을 수여하는 것. 이번 주 ‘우리학교 공부스타’는 2012 서울학생상 수상자 중 서울맹학교 고등부 2학년 안제영 군(17)을 만났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앞을 보지 못하는 선천적인 장애를 뛰어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한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불가능이란 없는 듯 보이는 안 군의 ‘도전 스토리’를 들어본다.》
10일 ‘2012 서울학생상’을 받은 서울맹학교 고등부 2학년 안제영 군(17)은 “앞으로도 꾸준히 도전하며 즐겁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10일 ‘2012 서울학생상’을 받은 서울맹학교 고등부 2학년 안제영 군(17)은 “앞으로도 꾸준히 도전하며 즐겁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안 군은 서울맹학교 고등부 친구 2명과 팀을 이뤄 경남 진주시에서 열린 제5회 장애학생체육대회 골볼(소리가 나는 공을 이용해 상대팀 골대에 공을 넣는 장애인용 스포츠) 종목에 출전했다. 첫 출전이었음에도 안 군과 친구들은 월등한 기량으로 결승전까지 올랐다. 하지만 결승전에서 상대팀에 아쉽게 패해 은메달에 머물렀다.

주위에서 모두들 “잘했다”고 칭찬하고 격려했지만 안 군은 화가 났다. 밥이 넘어가지 않았다. 머릿속에는 온통 ‘결승전에서 진 원인이 뭘까…. 연습량이 부족해 팀워크가 맞지 않았던 것일까?’라는 생각뿐이었다.

안 군은 다시 한 번 금메달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매주 1, 2회 친구들과 모여 2시간 이상 연습했다. 개인욕심을 버리고 다소 부족했던 팀워크를 향상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올해 경기 고양시에서 열린 제6회 장애학생체육대회 골볼 종목 결승전에서 그는 지난해 결승전에서 맞붙었던 상대팀과 또다시 경기를 치렀고 이번에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 “남들에게 인정받는다는 건 이렇게나 행복한 일이구나”

안 군은 승부근성이 강하다. 한번 도전한 일에서는 최고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또한 낙천적인 성격의 소유자다.

그는 “스스로 앞이 보이지 않는 장애를 부끄럽게 생각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아주 사소한 일들이 그를 위축시키고 괴롭혔다. 예를 들어 양말 양쪽을 잘못 맞춰 신었을 때, 옷매무새가 이상할 때처럼 말이다.

“저는 무엇이 잘못됐는지 모르는데 주변에서 짓궂게 장난을 치거나 놀림을 당했죠. 어쩔 수 없는 위축감이 들더라고요.”(안 군)

안 군은 초등 5학년 때 정보기술(IT)을 주제로 한 글짓기대회에 참가했다. 기념품을 준다는 얘기에 아무 준비 없이 참가한 대회에서 그는 예상 밖으로 초등부 3등을 차지했다.

“상장도 받고 부상으로 MP3플레이어도 받았어요. 학교선생님과 부모님, 주변사람들의 칭찬도 끊이지를 않았어요. ‘남들에게 인정받고 칭찬받는다는 건 이토록 기분이 좋은 일이구나’라고 생각했죠.”(안 군)

무엇인가 인정받는다는 사실이 좋았다. 도전하고 성취하는 과정이 행복하게 느껴졌다. 안 군의 도전은 이렇게 시작됐다.

○ “앞으로도 지금처럼 도전하며 즐겁고 행복하게 살래요”

안 군은 이후 분야를 가리지 않고 꾸준히 도전했다. 그의 주특기는 컴퓨터. 중3 때는 시각장애인정보화대회, 각종 정보검색 대회 등에서 1위를 휩쓸었다. 지난해 6월 LG유플러스와 전국장애인재활협회가 공동 주최한 ‘2011 IT 챌린지 대회’에서 저(低)시력 학생들과 경쟁해 정보검색 부문 중등부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라이온스 대회 속기부문 2위에 올랐다.

학교생활도 열심히 한다. 교내 합주부에서 트럼본을 맡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교내 록밴드 ‘화이트밴드’에서 보컬로 활동하기도 했다. 성우로 활동한 경험도 있다. 지난해 원고를 낭독하는 연극 ‘낭독극’에 도전하기도 했으며 한 아웃도어용품 브랜드의 라디오 광고 녹음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안 군의 꿈은 국어선생님이다. 어렵고 딱딱한 국어를 재미있고 유쾌하게 알려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 사범대에 가기 위해 요즘은 다소 부족한 성적을 끌어올리려고 노력한다.

“얼마 전 2012 서울학생상 시상식 때 그동안 제가 한 활동을 발표할 기회가 주어졌어요. ‘내가 학창시절을 허투루 보내지는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면서 즐겁고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웃음)”(안 군)

※‘우리학교 공부스타’의 주인공을 찾습니다. 중하위권에 머물다가 자신만의 학습 노하우를 통해 상위권으로 도약한 학생들을 추천해 주십시오. 연락처 동아일보 교육법인 ㈜동아이지에듀. 02-362-5108

이승태 기자 st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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