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주소 대며 “쓸어버리겠다”… 120명에 1억 뜯은 사채업자 구속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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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율 3476% 협박하기도

포장마차를 운영하던 원모 씨(47·여)는 지난달 급전이 필요해 대부업체로부터 50만 원을 빌렸다. 생활정보지 광고에는 ‘연이율 39%에 연체이자 無’라고 나와 있었지만 업자 박모 씨(31)는 “일주일 뒤 80만 원으로 갚아라”라고 못을 박았다. 연이율 3476%에 이르는 고리였지만 달리 손 내밀 곳이 없던 원 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빌렸다.

약속한 일주일이 되자 박 씨는 본색을 드러냈다. 하루 수차례 독촉 전화는 기본이었다. “하나뿐인 아들을 집에 혼자 두지 말라”고 협박 문자도 남겼다. 서울 강동구 성내동 집 앞까지 찾아와 원 씨를 자신의 차에 태우고 돈을 갚으라며 위협했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지난달 28일 박 씨가 원 씨를 협박하는 현장을 덮쳐 박 씨를 구속했다. 경찰 조사 결과 박 씨는 1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120명에게 고리로 사채를 주고 협박해 1억여 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박 씨는 피해자들이 사회생활에 곤란을 겪을 정도로 집요하게 빚을 독촉했다. 2월 1일 카드 빚을 돌려 막기 위해 박 씨로부터 50만 원을 빌린 보험설계사 계모 씨(28)도 “가족까지 쓸어버리는 수가 있다”는 협박 문자에 시달렸다. 대출 당시 박 씨의 요구에 못 이겨 가족과 여자친구의 주소까지 넘겨준 것이 화근이었다. 박 씨는 ‘사기꾼을 찾습니다’라고 쓰인 전단지에 계 씨의 얼굴 사진을 붙여 계 씨의 직장 주변에 걸어두기까지 했다.

경찰이 입수한 박 씨의 장부에는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의 전화번호와 주소가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경찰은 반복된 협박 탓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여죄와 공범 유무를 수사하고 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불법사채#사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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