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 오늘 기자회견… ‘사퇴 거부’ 밝힐 듯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즉각 사퇴’ 여론 거세져
“사실상 식물 교육감… 말 제대로 안먹힐 것”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대법원 판결이 나오는 7월까지 직책을 유지하겠지만 ‘식물교육감’ 같은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항소심 판결의 형량이 높아지면서 교육계 안팎의 사퇴 압력이 거세기 때문이다.

그는 17일 공보담당관을 통해 “승복하기 어렵다. 진실을 밝히겠다. 교육감직은 계속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1, 2심 모두 유죄가 나와 ‘비리 교육감’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우므로 직무수행에 애를 먹을 가능성이 높다.

○ 의지만큼 효과 거둘지는 미지수


곽 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 무상급식 혁신학교 등 핵심정책을 밀고 나가고, 이를 위해 성향이 비슷한 참모나 외부 인사에게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항소심에서도 유죄가 나오는 상황에 대비해 자신과 가까운 인사들을 승진시키거나 특별 채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핵심정책에 예산을 더 많이 배정하는 등 마지막까지 손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한 학교당 최대 2억 원을 지원하는 혁신학교를 더 늘리고, 내년 무상급식 대상에 1개 학년을 추가할 것으로 보인다. 학생인권조례 추진, 교권보호조례 제정, 교원평가 반대 등 정부 방침과 반대되는 정책 추진에도 박차를 가할 듯하다.

인원이 늘어난 비서들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으로 교육청에 파견된 교사들이 이런 업무를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고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유죄가 인정된 교육감이 자신의 의지대로 정책을 추진할 때 교육계 안팎에서 강한 비판이 나올 수 있다는 점. 시교육청 관계자는 “간부들이 곽 교육감 말을 고분고분 들어주지 않을 수 있다. 대법원 판결 뒤 다시 권한대행이 될 이대영 부교육감도 이전보다 목소리를 내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 교총 “사퇴하는 게 순리”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항소심 판결이 나온 직후 “교육감의 도덕성과 권위가 상실됐는데 교육행정을 이끌 수는 없다. 교육행정에 공백이 생기고 학생들에게 보이는 모습을 감안할 때 자리에 연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퇴하는 것이 순리다”고 주장했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모임도 “학부모는 징역 1년을 받은 범죄자에게 아이들 교육을 맡기지 못한다. 즉각 사퇴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라”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 일반직공무원노동조합 역시 곽 교육감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점희 노조위원장은 “100일 정도 직을 더 유지하는 건데, 교육현장 혼란만 가중된다. 2번의 재판에서 유죄를 받았다면 교육자로서 사형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양심이 있다면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곽 교육감은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날 오후 시교육청에 와서도 교육감직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측근들에게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오전에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2심 재판 결과에 대해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수장으로서 정상적 판단을 한다면 사퇴가 당연하지만 판결이 억울하다는 생각이 강하고, 측근들도 사퇴는 안 된다는 입장이라 귀가 열리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교조 등 진보성향 단체들이 참여한 곽노현·서울혁신교육지키기 범국민공동대책위원회는 공동성명서를 통해 “곽 교육감은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에서 실체적 진실이 가려질 때까지 아이들과 학부모만을 바라보며 직무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라”고 요구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