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지 8일 만에 시신으로 발견된 부산 여대생 문모(21) 씨의 사인은 부검결과 익사로 밝혀졌으나, 익사 경위와 문 씨의 행적을 증명해줄 CCTV, 목격자 등이 없어 사건해결은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다.
경찰은 실족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도 현장상태 등 여러 정황으로 볼 때 타살과 자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일단 실족 가능성에 무게 =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결과 사인이 전형적인 익사로 밝혀짐에 따라 일단 실족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문 씨의 시신이 발견된 대천공원 호수는 높이 1.2m 철제 펜스로 둘러싸여 있다.
이 때문에 일부러 넘어가지 않는 이상 실수로 펜스 바깥에서 펜스 안 호수로 빠지기는 어려운 구조다.
일부 산책객들이 종종 철제 펜스를 넘어 호수 계단에서 쉬기도 한다는 점으로 미뤄 문 씨가 펜스를 넘어갔다가 실수로 물에 빠졌을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시신 발견 당시 문씨가 이어폰을 끼고 있었다는 점은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다. 이어폰을 끼고 실수로 물에 빠졌다면 본능적으로 물에서 허우적거렸을 터인데 이어폰이 귀에 그대로 있었다는 점은 의문이다.
▽'자살 가능성'도 조사 = 경찰은 문 씨가 대학에서 전과를 하기 위해 공부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우울증 증세가 있었다는 유가족들의 말을 토대로 자살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문 씨가 남긴 메모와 친구들의 진술에서 문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만한 특별한 이유를 아직 찾지 못했다. 전화 통화하거나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은 친구들과도 평범한 대화를 나눈 것으로 확인됐다.
더구나 문 씨가 산책하러 나간 지 30분 만인 4일 오후 11시50분경 어머니에게 걸려온 전화에 "강가(대천천)다. 곧 들어간다"고 말한 것에서도 자살 징조를 찾을 수 없다.
보통은 자살 전 신발, 유서 등을 남기거나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자살을 암시하는 내용을 남기게 되는데 문 씨의 경우 이러한 조짐이 없었다.
▽물 속 휴대전화 신호음 '의문'..타살 가능성 제기 = 경찰은 문 씨의 시신 인양과 함께 그의 휴대전화도 물속에서 발견해 수거했다.
문제는 문 씨의 실종 5, 6일째인 지난 9일과 10일 모두 3차례에 걸쳐 문 씨의 휴대전화 신호음이 인근 기지국에서 포착됐다는 점이다. 경찰은 문 씨의 휴대전화 신호가 지난 9일 낮 12시18분, 같은 날 오후 5시47분, 다음날인 10일 오후 4시18분에 한 차례씩 좌동 해운대교육지원청 옥상에 설치된 기지국에 잡혔다고 밝혔다.
시신이 발견된 대천천 호수와 문 씨의 아파트, 좌동초교 일대 등에서 휴대전화가 켜지면 해운대교육지원청 옥상기지국에서 신호를 잡는다.
문 씨가 실종 당일인 지난 4일 밤이나 5일 새벽 사이 실족이나 자살 등 어떤 요인에 의해 물에 빠졌다면 물속에 있던, 그것도 물속에서 5~6일이 지난 휴대전화가 신호음을 보냈다는 것인데 미스터리일 수밖에 없다.
물속의 휴대전화가 신호를 보낼 수 있는지는 기술적인 조사가 뒤따라야 하겠지만, 통상적으로 물속의 휴대전화가 신호를 보낼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그렇다면 휴대전화는 마지막으로 신호를 보낸 10일 오후 4시18분 이후에 물속으로 던져진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현재로서는 타살 가능성이 실족과 자살보다는 높게 분석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문 씨의 사망원인이 익사로 나왔지만 익사하게 된 원인을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문 씨가 공원호수에 빠진 경위와 당일 행적을 파악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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