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목당 12만원… 학원 뺨치는 ‘중학 EBS 인강’

  • 동아일보

무료인 고교과정과 달리 중학과정 정부지원 없어… 학부모들 “가격 낮춰야”

경기 의정부시에 사는 학부모 오모 씨(46)는 새 학기를 맞아 중학교 1학년인 아들에게 한국교육방송공사(EBS)의 인터넷 강의를 듣게 하려다가 10만 원 이상을 내야 한다는 말을 듣고 포기했다. 그는 “EBS 온라인 강의는 무료인 줄 알았는데 수강료가 의외로 비쌌다”며 머리를 저었다.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 교육당국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EBS의 교재와 강의에 연계해 출제하는 등 힘을 실어주고 있지만 정작 EBS는 중학생을 대상으로 사교육 업체와 비슷한 수준의 유료 인터넷 강의를 개설해 학부모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EBS는 ‘프리미엄 강좌’라는 이름으로 중학생을 위한 내신 대비용 강의를 개설했는데 모두 유료다. 1학년 1학기 국어 ‘만점라인’ 강의의 경우 한 학기 수강료가 12만6000원이다. 유명 사교육 업체 두 곳은 비슷한 수준의 강의를 12만9600원과 13만7000원에 내놓았다. 영어 수학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EBS 측은 “중학교 과정은 정부 지원이 없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EBS 관계자는 “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유료강의는 2008년 10개가량을 개설한 후 점차 규모가 커져 현재 50여 개의 강의가 개설돼 있다. 하지만 고교생 대상 프로그램과 달리 정부 지원이 없어 유료 강의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수능 방송에는 교과부가 특별교부금을 주지만 초등학교와 중학교 프로그램은 예산 부족으로 지원을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서울 동대문구 A중학교 교장은 “EBS에 대한 학생들의 기대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수강료가 사교육 업체와 비슷하다는 것은 공영방송인 EBS를 세운 본연의 뜻과도 어긋난다”며 “수능 방송 부문의 수익을 쪼개서라도 무료로 제공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교육 업체의 한 관계자도 “EBS의 중학교 유료 강의 매출은 수십억 원 수준이어서 아직 시장 규모가 크지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도 “학부모들로서는 공교육을 정상화한다는 EBS가 왜 유료 서비스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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