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세계조리사대회 조직위원회가 밸런타인데이(14일)를 맞아 ‘밸런타인데이 로맨틱한 요리 찾기’ 이벤트를 실시한다고 8일 밝혔다. 이날을 전후해 연인과 함께 먹은 로맨틱한 요리와 선정 이유를 적어 트위터나 페이스북으로 조직위에 보내면 당첨자를 선정해 5월 열리는 대전세계조리사대회 한국국제음식박람회 무료 시식권을 준다. 세계조리사대회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그 많은 ‘기념 데이(Day)’ 가운데 밸런타인데이를 한식세계화를 내건 조리사대회 행사 홍보 이벤트에 동원한 것이 적절했는지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밸런타인데이는 군대 모집을 위해 결혼을 금지한 로마 황제의 명령을 어기고 군인들의 혼배성사를 집전했다가 순교한 밸런타인 신부를 기리는 날이다. 서양에서 이날을 사랑 고백하는 날로 삼고 있긴 하지만 우리처럼 떠들썩하게 초콜릿 마케팅에 열을 올리지는 않는다. 제과업계와 유통업체의 초콜릿 마케팅으로 밸런타인데이의 본뜻은 사라지고 상술만 남았다는 지적이 나온 지도 꽤 오래다.
매달 계속되는 ‘기념 데이(Day)’를 국산 농축산물 판촉 기회로 활용하자는 농민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산 돼지를 소비하자는 ‘삽겹살 데이’(3월 3일)나 오이 또는 오리를 먹자는 ‘오이 데이’(5월 2일)가 그런 사례들이다. 특정 과자를 선물하는 날로 알려진 11월 11일을 농민들은 ‘가래떡 데이’로 기억해달라고 당부한다.
한 식품업체는 음력 섣달 그믐날을 비빔밥을 먹는 ‘비비고 데이’로 삼자고 제안했다.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된다며 밤을 새우던 전통 풍습을 활용해 온 가족이 모여 비빔밥을 나누어 먹자는 것이다.
자치단체의 지원을 받는 조리사대회 조직위가 밸런타인데이 마케팅에 가세하는 것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시름이 깊어가는 농축산인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일이 아닐지 고민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한 조직위 관계자도 “미처 그런 생각까지 하지는 못했다”며 “다만 초콜릿을 이벤트의 핵심 내용으로 삼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세계조리사대회의 궁극적인 목표가 한식 세계화일 수밖에 없는 만큼 조직위도 아이디어 선택에 고심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 3월과 4월 한차례씩 비슷한 이벤트를 계획 중이라니 어떤 아이디어를 낼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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