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는 뉴욕의 뜨는 요리” 美 셰프들 손맛을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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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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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다린오리엔탈호텔 이영선 셰프, 동료 요리사들에 ‘특강’

김치는 이렇게… 지난달 30일 오후 미국 뉴욕 만다린오리엔탈호텔 요리사들이 동료 한인 요리사 이영선 셰프(오른쪽에서 세번째)의 강의를 들으며 김칫소를 절인 배추에 넣고 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김치는 이렇게… 지난달 30일 오후 미국 뉴욕 만다린오리엔탈호텔 요리사들이 동료 한인 요리사 이영선 셰프(오른쪽에서 세번째)의 강의를 들으며 김칫소를 절인 배추에 넣고 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김치에 이렇게 마늘이 많이 들어가니 한국엔 (마늘을 싫어하는) 뱀파이어는 없겠네요.”

지난달 30일 미국 뉴욕 맨해튼 만다린오리엔탈호텔 36층 주방. 패트릭 지오니니 셰프의 말에 동료 요리사 9명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이들은 배추와 무, 고춧가루, 굵은 소금, 까나리액젓, 새우젓 등 미국에서는 좀처럼 접하기 힘든 식재료를 앞에 두고 평생 처음으로 한국의 김치 담그기에 도전했다.

이 호텔은 센트럴파크와 허드슨 강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뉴욕의 5성급 호텔 중 하나로 각국의 국빈이 자주 이용한다. 이곳 요리사들이 직접 김치 담그는 법을 배우기로 한 것은 김치를 찾는 고객이 늘고 있기 때문. 토니 로버트슨 총주방장은 “연회장 뷔페 요리에 김치가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담그는 법을 몰라 그냥 절인 배추에 매운 소스를 뿌려서 내놓곤 했다”고 말했다. 이날 강사는 한국교민인 이영선 셰프. 먼저 배추 절이기 시연에 들어갔다.

“한 손만 물에 적신 뒤 그 손으로 배추 포기 사이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 소금을 뿌려주세요.”

총주방장이 “소금을 얼마나 넣느냐”고 묻자 이 셰프는 “한국인은 어림짐작(about enough)으로 넣지만 여러분은 레시피대로 하면 된다”고 답했다. 이어 “우리 어머니는 색깔만 봐도 고춧가루의 품질을 안다”고 하자 다들 놀라는 눈치였다.

요리사들은 무채를 만들고 새우젓과 까나리액젓을 넣어 김칫소를 만드는 이 셰프의 시연을 유심히 관찰했다. 그러고는 하나둘 조리대 앞에 모여 눈에 익힌 것을 그대로 실행했다. 처음 맡아봄직한 젓갈과 마늘향이 거슬릴 만도 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새우젓이 맛을 내기 위한 비법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이 셰프는 “맛과 발효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가르쳐줬다.

이날 만든 김치는 배추김치 오이김치 겉절이 백김치 4종류. 직접 만든 김치의 맛을 본 요리사들은 “소금에 절여 짤 줄 알았는데 고소하고 달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들은 김치를 응용한 메뉴로 삶은 돼지고기를 추가해 보쌈과 김치만두를 즉석에서 만들어 먹기도 했다.

로버트슨 총주방장은 “김치는 뉴욕에서 뜨는 요리라 트렌드에 관심 있는 셰프라면 누구나 배우고 싶어 한다. 요즘 뉴요커들은 이탈리아 프랑스 중국 일본 음식은 이미 충분히 맛봐 한식을 새로운 맛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김치는 발효식품이라 한 번 맛보면 계속 찾는 등 중독성이 강하다”면서 나도 오늘 배운 기본 조리법에 약간의 서양식을 더해 미국인 입맛에 더 맞는 김치를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아직 ‘한식의 세계화’는 좀 더 노력이 필요하다는 충고다. 실제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이 6년 전 한식당 ‘금강산’에서 김치를 처음 접하고 김치 마니아가 되었는데 ‘금강산’ 김치는 고춧가루와 젓갈 대신 유산균을 넣은 ‘뉴욕 김치’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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