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지금까지 기증한 유물, 아파트 10채 값은 될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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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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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년간 모은 2000여 점 기증해온 조만규 씨

40여 년간 부산, 울산, 경남지역에 유물을 기증하고 있는 조만규 씨. 조만규 씨 제공
40여 년간 부산, 울산, 경남지역에 유물을 기증하고 있는 조만규 씨. 조만규 씨 제공
조만규 씨(79·부산 해운대구 우동)는 부산, 울산, 경남지역 주요 박물관 관계자들 사이에 ‘통 큰 유물 기증자’로 통한다. 40여 년간 수집한 삼국, 고려, 조선시대 유물을 2003년 이후 지역 박물관에 꾸준히 기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3년 부산시립박물관에 고려청자 등을 기증한 이후 지금까지 집과 창고에 보관하던 유물 2000여 점을 내놨다.

조 씨는 지난달 초 가야시대 ‘토기 고배(高杯)’ 15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고배는 삼국시대 때 만든 다리가 붙은 접시. 조 씨가 기증한 고배는 3세기 가야 지배층의 것으로 추정된다.

국립중앙박물관 이외에도 그가 기증한 곳은 국립진주박물관, 동아대박물관, 경상대박물관, 거제박물관, 밀양시립박물관, 해운대 부흥고, 동래고 등 20곳에 이른다. 3월 문을 열 예정인 경남 고성박물관에도 삼국시대 소가야 양식의 토기 20여 점, 토기주병, 청자완 등 63점을 맡겼다. 그는 “지금까지 기증한 유물을 돈으로 따질 수 없지만 중형아파트 10채 값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평양 출신인 그는 6·25전쟁 때 부산에 내려와 경남 거제, 부산 해운대, 울산지역 여객운수업체와 위생사업소 등에서 근무하다 2005년 퇴임했다. 조 씨는 40여 년 전 우리 문화재가 외국으로 유출되거나 훼손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전국 골동품 가게에서 유물을 구입해 지금까지 2500여 점을 모았다. 직장 생활 40년간 받은 월급 가운데 절반은 유물을 구입하는 데 사용했다. 그는 “어릴 때 아버지가 도자기 등 유물을 소중하게 닦던 기억이 또렷하다”며 “아버지가 보고 싶을 때마다 유물을 사서 모았다”고 말했다.

개인 박물관을 지을 생각도 있었지만 비용과 관리 문제 때문에 포기했다. 조 씨는 유물 기증 공로를 인정받아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거제박물관과 미리벌민속박물관 명예관장직도 맡고 있다. 그는 “많은 학생과 시민이 우리 유물을 감상하고 교육 자료로 활용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기증하게 됐다”며 “남아 있는 유물 500여 점도 적당한 곳에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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