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가 남한에서 마지막으로 포획된 것은 1924년 전남 지역에서다. 1950년대까지 민간에서 간간이 호랑이 포획 소식이 들렸지만 실제 야생 생존 여부는 50년 넘게 확인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호랑이는 정부가 야생 상태에서 보호해야 할 ‘멸종위기종’일까 아니면 이미 ‘멸종된 동물’일까.
환경부는 29일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을 221종에서 245종으로 확대 조정하는 내용의 야생동식물보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발표하며 호랑이와 늑대, 스라소니 등 3종을 멸종위기종에 계속 포함시켰다. 이들 동물은 국내에 살고 있다는 ‘증거’가 없지만 1998년 멸종위기종에 포함시킨 이후 해당 지위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학계는 ‘국내에서 자연 멸종됐다’고 보고 있지만 정부는 ‘보호동물’이라고 공식화한 셈이다.
이 같은 ‘엇박자’가 나는 데는 호랑이와 늑대에 대한 국민 정서가 한몫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호랑이와 늑대 스라소니 등을 멸종위기종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논의하면 관련 단체와 개인의 ‘민원 전화’가 빗발친다. 환경부 관계자는 “(호랑이의) 멸종위기종 제외를 검토한 2005년과 지난해 모두 관련 보도가 나가자 ‘북한에 야생호랑이가 있다’ ‘한국에서 호랑이가 사라진 걸 정부가 확인했느냐’ 등의 항의가 빗발쳤다”고 말했다.
멸종돼 보호명단에서 제외되는 곤충이나 식물과 달리 호랑이와 늑대 등이 가진 ‘상징성’이 크다는 게 문제다. 실제 이번에 바다사자와 큰바다사자, 곤충류인 주홍길앞잡이, 콩과 식물인 황기 등 4종은 ‘야생상태 절멸(絶滅)’을 이유로 무리 없이 위기종에서 제외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호랑이는 전래동화나 전설 등을 통해 ‘한국 대표 동물’의 지위를 갖는다”며 “국립수목원에서 증식 노력이 이뤄지는 점을 고려해 특별히 인정했다”고 말했다. 늑대는 1980년 경북 문경에서 마지막으로 발견되는 등 노년층 이상이 실제 접했던 동물이라 친밀성이 더하다. 이번 개정으로 수원청개구리와 따오기, 금자란 등 동식물 57종류가 신규 멸종위기종으로 추가됐고 바다사자와 최근 개체수가 늘어난 가창오리 등 33종류가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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