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등록금 내리기 ‘반쪽 열풍’ 그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25일 03시 00분


코멘트

인하 86곳중 78곳 지방대… 서울은 ‘찔끔’ 눈치작전

올해 대학등록금 통보 마감시한(27일)을 앞두고 서울지역 대학과 지방대학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방대가 등록금을 5% 이상 내리며 정부와 학생의 ‘반값 등록금’ 요구에 크게 호응하는 반면 서울지역 유명 사립대는 2% 안팎의 인하 시늉만 내거나 되레 인상 주장을 하는 등 아예 ‘역주행’하고 있다. 전국 각 대학은 올해 등록금을 확정해 27일까지 한국장학재단에 통보해야 한다.

동아일보가 각 대학이 발표하거나 홈페이지에 공시한 내용, 전화 취재로 확인한 내용 등을 바탕으로 취합한 결과 24일 현재 89개교(본교와 분교는 각각 1개교로 분류) 중 86개교가 등록금을 내린 것으로 집계됐다. 포항공대 춘천교대 조선대는 등록금을 동결했다. 등록금을 인상했다고 밝힌 대학은 단 1곳도 없었다. 동아일보는 한국장학재단에 등록금 인하 폭을 결정했다고 19일까지 통보한 112개 대학을 포함해 조사했지만 등록금 인하폭을 최종 발표하지 않은 곳은 집계에서 제외했다.

한국장학재단 관계자는 “국가 지원 장학금 규모가 사상 최대 규모인 1조7500억 원으로 책정되면서 장학금 혜택을 받기 위해 등록금을 인하한 대학이 늘고 있다”며 “마감 시한인 27일이 다가오면 등록금을 인하했다고 통보하는 대학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등록금 인하를 확정한 86개교를 분석한 결과 지방대와 서울권 대학의 차이가 극명했다. 86개교 가운데 서울 시내 소재 대학은 고려대 광운대 명지대 서울시립대 서울여대 숙명여대 추계예술대 한국예술종합학교 등 8곳에 불과했던 반면 지방대는 78곳이나 됐다.

[채널A 영상] 전국 109개 대학, 작년대비 평균 4.8% 등록금 인하
▼ 서울지역 주요사립대 2% 안팎 인하 ▼

이 중 등록금을 5% 이상 인하한 서울 시내 대학은 서울시립대(50%) 추계예술대(10%) 명지대(5%) 서울여대(5%) 한국예술종합학교(5%) 등 5곳뿐이었다. 고려대 광운대 숙명여대는 각각 2% 인하하는 데 그쳤다. 충북도립대(30%), 강원도립대(20%) 마산대(10%), 인천가톨릭대 송도캠퍼스(9.7%), 한밭대(8.6%), 부산정보대(8.5%) 등 지방대 가운데 5% 이상 인하한 대학이 69곳에 이르는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적은 수치다.

동아일보 DB
동아일보 DB
지난해 정부가 대학 평가에 등록금 인하 정도를 반영하겠다고 발표한 직후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올해 등록금을 5% 내리겠다고 약속했다.

○ 인상 주장 반복하며 확정도 못해


마감 시한이 3일밖에 남지 않았음에도 서울 시내 주요 대학들 대다수는 올해 등록금을 결정하지 못했다. 연세대는 이달 초부터 19일까지 5차례나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를 열었지만 등록금 인하를 주장하는 학생 측과 인상을 주장하는 학교가 맞서면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학교 측은 올해 경상비 증가를 감안하면 등록금 인하나 동결은 재정적으로 부담이 되기 때문에 등록금 인하 대신 장학금을 확충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학생 측은 학교 기금에서 발생하는 이자를 등록금 인하를 위한 재원으로 쓸 수 있다며 장학금 확충은 ‘꼼수’라고 반박하고 있다. 연세대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동결했기 때문에 등심위를 몇 차례 거치지 않고 바로 등록금을 확정했지만 올해는 예민한 상황이어서 등심위가 어느 해보다 자주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경희대 서강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한국외국어대 등도 등록금 인상 및 동결을 주장하는 학교 측과 5∼18% 인하를 주장하는 학생 측 의견이 맞서고 있다.

○ 정부·대학 주도권 싸움, 학생에 불똥


정부는 올해부터 등록금 인하 여부, 장학금 확충 노력 등을 기준으로 한국장학재단을 통해 대학별로 차등화해 국가장학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또 대학 평가에 등록금 인하 정도를 반영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그러나 교육전문가들은 서울권 대학에는 이런 정부 방침이 압박으로 작용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서울권 대학들은 이미 인지도와 대중적 평판도를 굳힌 상태이기 때문에 평가에 크게 연연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반면 지방대는 평가에 따라 정원 충족 여부가 좌우되는 등 학교 존폐 여부까지 결정될 수 있어 등록금 인하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등록금넷 관계자는 “서울권 대학들은 국가장학금 혜택 때문에 등록금을 인하하게 되면 앞으로 대학 관련 이슈에서 정부에 주도권을 뺏기게 될 거라는 위기의식이 있어 인하를 꺼리고 있는 것”이라며 “서울권 대학에 비해 적립금이 부족한 지방대들은 정부 지원금에 대한 의존도가 커 정부 정책을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