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병원만 옮겨다니다 사병 숨져… “군 의료체계 부실” 지적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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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백혈병 파악 열흘 걸려… “종합병원 먼저 갔더라면”
軍 “워낙 희귀병” 해명

급성백혈병에 걸린 한 사병이 병원만 옮겨 다니다 숨진 사실이 6개월 만에 알려졌다. 지난해 뇌수막염을 앓던 훈련병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숨진 지 2개월 만에 일어난 일이어서 군 의료체계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다시 일고 있다.

▶본보 2011년 5월 13일자 A1면 부모 가슴에 못 박는 구멍난 軍의료


시민단체인 군인권센터와 군 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7월 9일 밤 육군 35사단 소속 김모 상병(당시 21세)이 갑자기 고열로 신음해 이튿날 새벽 인근 원광대병원으로 옮겨졌다. 김 상병은 급성백혈병이었으나 병원은 뇌수막염을 의심해 검사를 했고 병명을 알아내지 못했다. 김 상병은 다음 날 국군대전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역시 병명을 알아내지 못했고 14일 충남대병원으로 옮겨졌다. 그 후 6일이 지난 20일에야 병원은 급성백혈병으로 진단하고 집중적인 치료에 들어갔지만 증세가 잠시 호전됐을 뿐 결국 30일 오전 3시 42분 사망했다. 병명이 나오기 전에는 군과 가족도 김 상병이 급성백혈병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처음 간 병원에서 병명을 파악하지 못했다면 국군대전병원보다 더 진료능력이 좋은 종합병원으로 빠르게 옮겼어야 했다”며 “대전국군병원에서 나흘이나 허비한 셈”이라고 말했다.

군 당국은 “안타깝지만 워낙 희귀한 질병이었으며 이송은 정해진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육군과 해당부대 측은 “육군 규정상 군대 내 환자는 응급조치 후 군 병원으로 옮기게 돼 있고 당시 병원도 이에 동의했다”며 “충남대병원에서도 병명 파악에만 6일이 걸렸을 정도로 희귀질병이었기 때문이지 부주의나 근무태만 등의 문제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임 소장은 “군 규정이 사람 목숨보다 소중할 순 없다”며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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