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병원 운영위에 시민단체인사 참여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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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영길 의원 ‘사립대병원설치법안’ 발의… 병원들 반발

시민단체 등 외부 인사가 사립대병원 운영위원회에 참석하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돼 적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통합진보당 권영길 이정희 의원 등은 지난해 12월 27일 사립대병원에 병원 운영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을 골자로 한 사립대병원설치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사립대병원은 병원마다 15명으로 구성되는 운영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운영위원 중 3명은 보건복지부 교육과학기술부 지방자치단체장이 추천하는 인사로, 2명은 시민단체 및 보건의료단체가 추천하는 인사로 채워진다.

운영위원회는 △병원의 예·결산, 차입금 등에 관한 사항 △사업계획서 △직원 임명 △병원 경영 등을 심의하도록 했다. 사실상 병원 경영 전반에 대한 최고심의기구 역할을 하는 셈이다. 운영위원회를 설치해야 하는 병원은 학교법인, 의료법인, 비영리법인으로, 의학과 또는 한의학과가 설치된 사립대 관련 교육병원, 부속병원, 산하병원이다.

법안 발의 취지는 사립대병원의 공공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사립대병원에 예산을 지원하는 대신 병원은 운영위원회를 운영하고 운영평가 결과를 공시하라는 뜻이다. 권 의원은 “의료복지를 확대하려면 공공의료기관뿐 아니라 민간병원의 공공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립대병원 경영진은 “경영권을 침해하는 법안이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사립대의료원장협의회의 원영문 사무국장은 “사립대학교법인에는 이미 외부 인사가 참여해 학교 운영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 이제 소속 병원에까지 외부 인사가 들어와 인사와 예산을 심의하겠다는 것은 병원 경영권을 무력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법안이 진보 계열의 ‘무상의료’ 프로그램의 일환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사립대병원 관계자는 “외부 인사가 사립대병원 경영에 개입하면 무상진료가 이뤄질 것으로 착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비전문가의 참여는 의료경쟁력만 후퇴시키고 병원을 망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사립대병원은 외부 인사가 참석하는 환자시민위원회 장기이식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거나 운영할 계획이다. 이 때문에 법에 따라 설치되는 병원 운영위원회도 옥상옥(屋上屋) 같은 심의기구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다만 이 법안이 18대 국회 회기 중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 상정될지는 미지수다. 설령 상임위를 통과해도 회기 내에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은 낮다. 이 경우 법안은 자동 폐기되지만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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