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전북 정읍시, 지자체·학교 힘 모아 지역인재 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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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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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수시 합격자, 작년 7→올해 36명
학교마다 논·구술 등 강사 지원해 효과

《2012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합격자가 20일 최종 등록을 마쳤다. 이 중 전북 정읍시 14개 고등학교의 서울 상위권 대학 수시모집 합격자 수는 서울대 6명, 고려대 14명, 연세대 16명(중복 합격자 포함). 작년 수시모집 합격자 수인 서울대 3명, 고려대 2명, 연세대 2명에 비해 학교별로 2∼8배 증가했다. 그야말로 놀라운 발전이다. 지방자치단체와 각 학교의 관심과 노력의 결과였다. 정읍시내 고교 중에서도 뛰어난 진학률을 보인 호남고(교장 고안상), 정주고(교장 신춘만), 배영고(교장 이춘호)에서 그 비결을 알아봤다.》

먼저 정읍시의 교육 환경을 살펴보자. 정읍의 인구는 최근 10여 년 동안 약 30만 명에서 약 13만 명까지 줄었다. 당연히 학생 수도 감소했다. 중학교를 졸업하는 학생의 수보다 고등학교의 정원이 더 많은 수준이다. 정읍시 고입 선발고사의 경쟁률은 0.8∼0.9대 1. 많은 노력 없이도 원하는 고교에 진학할 수 있는 중학생들은 공부에 점차 소홀해졌다. 기초학습 수준이 부족한 학생이 많아진 것. 성적이 우수한 학생은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는 현상도 발생했다.

강철형 정주고 연구부장교사는 “우수 학생 유치경쟁과 더불어 학업성취도가 떨어지는 학생들이 고교에 진학했을 때 그들의 학업 수준을 높여주는 게 고교의 큰 과제이자 임무”라고 말했다.

○ 공교육을 위해 지자체가 나서다

전북 정읍시에서는 지역 고교의 노력에 지자체의 지원이 뒷받침돼 올해 수시모집 합격자가 급증하는 등 지역인재 육성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전북 호남고의 ‘교육력 제고’ 영어수업 현장. 호남고 제공
전북 정읍시에서는 지역 고교의 노력에 지자체의 지원이 뒷받침돼 올해 수시모집 합격자가 급증하는 등 지역인재 육성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전북 호남고의 ‘교육력 제고’ 영어수업 현장. 호남고 제공
문제 해결을 위해 정읍시가 발 벗고 나섰다. 교육 예산을 편성해 시내 고교들을 대상으로 ‘으뜸인재 육성사업’을 지원한 것. 이 사업은 주말을 이용해 언어·수리·외국어·과학탐구·논술·면접분야의 외부강사 수업을 학생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지난해부터 정읍시내 고교생의 학력 수준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다. 김영섭 정읍시청 교육체육과장은 “고교경쟁력을 높여 지역의 우수한 인재가 외부로 유출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작년부터 시행한 프로그램인데 왜 올해 진학률 상승이 뚜렷이 나타났을까. 호남고 이원호 수학교사는 “작년에는 거점학교인 호남고에 시내 고교생이 모두 모여 수업을 진행했다. 학교별로 중간·기말고사 날짜가 다르고 그때마다 학과 일정을 조절하기 어려워 으뜸인재 수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고 회고했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학교마다 강사를 투입하고 필요한 과목을 수강하게 했다.

지방 고교에서는 현실적으로 학생들에게 필요한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운 부분이 존재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논술이나 구술면접 영역. 학생들은 공교육을 보완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사교육을 찾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비용도 만만치 않을 뿐더러 학생들의 사교육 의존도를 높여 학교 교육에 악영향을 끼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정읍시는 학교가 부족한 교육서비스를 외부에서 조달해 학교 교육을 보완함으로써 학생의 사교육으로의 이탈, 나아가 다른 지역으로의 이탈을 막는 프로그램을 추진한 것이다.

특히 논술과 구술면접 대비가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 으뜸 인재 프로그램으로 올해 1학기에 매회 3시간씩 총 10회에 걸쳐 논술수업을 진행한 배영고의 원순길 국어교사는 “지방 학생들이 서울의 상위권 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수능보다 논술이 경쟁력이라고 생각해 논술 수업에 집중했다”며 “논술수업은 글쓰기뿐만 아니라 배경지식을 통해 구술면접까지 준비할 수 있어 수시모집의 논술전형, 입학사정관전형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역 내 학교들이 힘을 합친 사례도 있다. 호남고, 정주고, 서영여고, 정읍여고 4개 학교가 모여 대학교별 논술 및 면접 대비반을 꾸렸다. 서울대 고려대 성균관대 서강대 경희대 등 대학별 맞춤 강의를 진행했다. 수업은 각 학교의 논술, 면접 고사일에 맞춰 5∼10회 집중적으로 진행됐다. 다른 대도시처럼 한 학교에 서울 상위권 주요대의 지원자 및 1차 합격자가 많지 않았기에 4개 학교가 뭉친 것이다. 올해 수시모집에서 서울대 사회과학부에 합격한 호남고 3학년 양세현 학생(18)은 “모의면접으로 실력을 점검할 수 있었고 자기소개서 작성 시에도 외부강사에게 e메일을 통해 일대일로 조언을 받는 등 맞춤 강의가 대학 합격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 단 한 명의 학생도 소홀히 않는 학교의 노력

정읍시의 고교는 세분화된 수준별 수업을 진행한다. 하위권 학생들을 중위권, 상위권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도 기울인다. 같은 학급 내에서도 학생들 간 학력수준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같은 수준의 수업을 진행하는 건 무리였다. 수업의 수준을 좀 더 세분화해 소수의 인원에게 맞춤형 강의를 진행해야 했다.

호남고는 ‘교육력 제고’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성적이 낮은 학생에게는 기초과목을, 상위권의 학생에겐 심화과목 수업을 진행하는 프로그램. 이 학교 김문선 교무부장 교사는 “학업 능력이 뛰어난 학생은 특목고 수준으로 가르쳐 수업 수준에 만족할 수 있도록 하고, 성적이 낮은 학생들에게도 수준별 맞춤 학습으로 전체 학생의 학습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정주고도 수준별 수업을 세분화해 학력 수준을 높인 것이 서울 상위권 대학 수시전형 합격자 증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 학교 김철수 수학교사는 “작년까지 학급 30명 전체를 두고 일반적인 강의 형식의 수업을 진행했는데 올해부터는 수학·영어 과목에서 상위권 학생들을 세 그룹으로 세분화하는 등 8개 그룹으로 나눠 수업당 10∼15명의 소수정예로 수업을 진행했다”며 “수업 효과가 좋아 내년, 내후년의 대학 진학 결과는 더 좋아지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읍=오승주 기자 canta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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