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女검사’ 체포… 부산발 ‘법조 커넥션’ 터지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6일 03시 00분


전직 여검사가 재직 시절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에게서 벤츠 승용차와 명품 핸드백을 받았다는 ‘벤츠 여검사’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이창재 특임검사팀은 5일 이모 전 검사(36·여)를 전격 체포했다. 검찰은 체포영장 집행시간(48시간)을 고려해 6일 밤 이 전 검사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뢰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 전 검사가 부장판사 출신 최모 변호사(49)에게서 모두 4500만 원대의 금품을 받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 영장 청구를 전제로

특임검사팀은 이날 오전 8시경 수사관들을 서울 서초구 반포동 이 전 검사 자택으로 보내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이 전 검사는 지난해 9월 최 변호사가 자신이 경영하던 건설업체에 투자한 2명을 횡령 혐의로 창원중부경찰서에 고소하자 10월 초순 당시 창원지검 동료 검사에게 “사건을 잘 챙겨 달라”며 청탁 전화를 건 뒤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특임검사팀은 카드 명세 추적을 통해 이 전 검사가 광주지검에 근무하던 지난해 2∼9월 최 변호사의 로펌 법인카드로 700여만 원을 결제한 것을 확인했다. 피부관리 전문병원에서 70만 원을 세 차례 결제했다. 자택인 서울과 근무지인 광주를 오가는 항공료와 광주지역 고깃집에서 회식비로도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4500여만 원 가운데 3800여만 원은 벤츠 승용차 리스 비용으로 쓴 것으로 보고 있다.

특임검사팀은 이 전 검사가 동료 검사에게 청탁 전화를 걸었다는 사실은 이미 확인했다. 공무원이 지위를 이용해 다른 공무원 직무에 관한 사항을 알선하고 뇌물을 수수하면 징역 3년 이하 또는 7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동안 검찰은 최 변호사의 법인카드 사용 내용,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e메일, 계좌추적 등을 통해 최 변호사와 이 전 검사가 주고받은 금품 규모와 시기 등을 상당 부분 밝혀냈다. 검찰은 사건 청탁을 한 뒤 10월 초순 이 전 검사가 540만 원대의 샤넬 핸드백 구입비를 보내달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낸 정황으로 볼 때 이 선물 역시 대가성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날 오후 2시경부터 밤늦게까지 이 전 검사를 상대로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이 전 검사는 검찰 조사에서 대가성 의혹은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 이례적 압송·체포는 신변 보호 고려

이 전 검사는 체포가 아니라 소환통보를 받은 뒤 자진 출석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이미 출국 금지가 내려져 도주 우려가 없는 데다 검찰 내부에서도 소환 통보를 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특임검사팀은 검찰조직을 떠난 지 한 달도 안 된 전직 검사를 서울 자택에서 전격 체포해 부산으로 압송하는 이례적인 방식을 선택했다. 특임검사팀은 “이 전 검사가 소환에 불응할 우려가 있어 신속하게 조사하기 위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체포영장을 집행한 주된 이유는 이 전 검사에 대한 신변 보호 조치인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활달한 성격의 이 전 검사는 사건에 연루된 뒤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 자신의 이름이 오르내리자 외부 연락은 물론이고 검찰 연락에도 응하지 않는 등 극심한 우울증과 스트레스로 현재 심리적 불안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수사팀도 언론 노출을 피하기 위해 김해공항에서 법무부 차량으로 호송하던 이 전 검사를 중간에 SM3 승용차로 갈아타도록 했다. 취재진을 피해 부산지검 뒷문으로 들어간 이 전 검사는 왼손으로 얼굴을 가리는 등 극도로 긴장한 모습이었다. 특임검사팀은 이런 상황을 고려해 이 전 검사의 선배 여검사인 서울남부지검 정수진 검사(37·사법연수원 33기)를 수사팀에 합류시켰다.

○ 부산발 법조비리로 확대되나

특임검사팀은 사건의 핵심인물인 최 변호사를 매일 조사하며 전방위적인 법조계 로비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이미 부산지법 부장판사에게 상품권과 와인은 물론이고 신용카드 액수만큼 현금을 줬다는 진정인의 제출 자료가 있어 진위 확인에 들어갔다. 검사장급 2명에게 인사 및 고소사건 청탁을 했다는 진정 내용에 대해서도 해당 검사장급을 상대로 확인 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최 변호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꼬리를 물자 지역 법조계에서는 ‘부산판 법조 비리’로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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