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이 사람]“장애 아들 돌보며 다른 이 고통 외면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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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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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수리로 제9회 대구자원봉사 대상 신동욱 씨

제9회 대구자원봉사 대상을 수상한 신동욱 씨는 “과분한 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노인호 기자 inho@donga.com
제9회 대구자원봉사 대상을 수상한 신동욱 씨는 “과분한 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노인호 기자 inho@donga.com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큰 상을 받아 부담이 큽니다.”

제9회 대구자원봉사 대상을 수상한 신동욱 씨(58)는 수상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말 대구 서구 평리3동 휠체어 수리점에서 만난 신 씨는 인터뷰 요청에 손사래를 쳤다. 대구시장애인부모회장을 맡다 보니 최근 자원봉사를 하는 시간이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는 이유에서다. 어렵게 입을 연 그는 “봉사활동을 더 열심히 하라고 주는 상 아니겠느냐”며 웃었다.

그가 자원봉사를 시작한 것은 1992년. 1985년 일가족이 교통사고를 당한 후 태어난 아들(26)은 생후 2개월 무렵 1급 뇌성마비 판정을 받았다. 이후 휠체어에 의지하는 아들의 등교를 책임지면서 장애아동을 자주 만났다. 손재주가 남다른 그는 아들의 휠체어를 고쳤던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아이들의 고장 난 휠체어를 고쳐주기 시작했다. 지금은 흔하지만 당시에는 휠체어를 수리하는 곳이 많지 않았다. 특히 건강보험도 적용이 안 돼 비용 부담이 컸다.

1997년부터는 매주 한 차례씩 남산종합사회복지관 등 대구시내 장애인시설을 돌면서 휠체어 수리에 나섰다. 지금까지 고쳐준 휠체어는 1만600여 대. 1998년에는 본업인 식당을 접고 아예 휠체어 수리점을 차린 뒤 본격적인 봉사활동을 했다. 고치기 힘든 휠체어가 들어오면 교회 등의 도움을 받아 새 휠체어를 구입해 주기도 한다.

이런 일들이 알려지면서 1998년 장한 어버이상, 이듬해엔 자랑스러운 서구구민상, 올해는 정재문 사회복지상을 수상했다. 그때마다 받은 상금 200만∼500만 원으로 휠체어를 구입해 형편이 어려운 장애인들에게 선물했다. 상금으로 모자라는 부분은 자기 호주머니를 털어 보탰다.

그는 “남을 도울 수 있는 힘이 있는 날까지 봉사활동을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대구시는 신 씨를 비롯해 결혼이주여성을 돕고 있는 도문자 씨(56·여)와 글을 모르는 사람들을 교육하는 데 힘써 온 이경채 씨(48·여)를 각각 본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시상식은 7일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다.

노인호 기자 in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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